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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15. 2021

그 가벼운 무언가에 대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최근 또 짧은 연애를 마쳤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저번 이별보다는 후한 편이었다. 잘했다! 나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되는 불완전한 연애였다. 연애라는 게 언제나 완전할 수는 없지만, 완전하지 못하다고 해서 나를 책망할 필요는 없고 나의 불완전함의 어딘가에 타인을 끌고 들어 올 필요는 없다. 나는 불완전한 나의 상태를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 너무 빨리 타오르면 빨리 꺼지는 법이고 너무 천천히 타오르면 불이 붙는 과정 중에 지치기 마련이니까.


 그와 연애하며 좋았던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천천히 내 말을 경청해주는 태도, 나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태도, 무심하게 최선을 다하려는 행동들. 당연한 배려가 당연하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다 줄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으며 그건 그도 그랬다.


 마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가벼워서 금방 날아가버린다. 휙 하고. 있었나? 싶으면 사라졌고, 사라졌나? 싶으면 아직 가벼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마음이 휘발성인가. 그래서 바람에 가볍게 날려 버렸나.


 나의 불완전함에 기대어 너의 완전해 보이는 부분을 사랑했는데, 해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마음에 해답이 어디 있는지. 미안함으로 범벅이 된 감정을 다시 꺼내어 보니 조금 웃기다. 고작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핏덩이 같은 감정.


 당분간은 아무래도 다시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채로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생이 지나도 완전해지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겠지. 그리고 부정할 수 없어졌을 때 즈음에 이미 좋아해, 하고 말하고 있겠지. 그래도 그즈음에는 오늘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조금은 더 나은 사람.


20210115

더 나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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