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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16. 2021

계속해서 희망을 걸 수 있는 상태

취업준비를 다시 시작하면서

 언제 몇 번을 해 보아도 힘든 일이 있다. 물구나무서서 밥을 먹는대도 이보다는 쉬울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해왔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와중에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은 좀처럼 쉽지는 않다.


 자주 이직을 하는 내 모습에 가끔 친구들은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옮겨 다니지?”하고 장난 섞어 묻곤 하는데, 나라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나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를 일주일에 오십 개쯤 쓰다 보면, 그중 다섯 개는 붙는 것일 뿐이니까.

 오십 개가 넘는 다 다른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고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오백 개를 쓰지 않는 게 다행인가. 하는 생각.


 취업 및 이직 준비를 하다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아! 내 스펙은 정말 꼴통이다! 하는 생각.

 남들 다 있다는 토익도 한 줄 없고, 내 사무 능력을 증명해줄 자격증도 하나 없는 내 자기소개서를 보고 있자면 그나마 괜찮은 것은 이곳저곳에서 잔뜩 쌓은 사회 경험뿐. 강점이라 믿고 여기저기 넣어 보아도 돌아오는 건 “아쉽지만”으로 시작하는 메일들. 처음에는 아쉽지만,으로 시작하는 말들이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해서 많이 울었으나 이제 자소서만 몇 백 개를 고쳐본 나로서는 슬프지도 않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포기했다기보다는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는 너무 꿈같고 장황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어떤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 다시 도전할 수 있음을 상기한다. 나는 끝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상태에 머무르는 거지.

 나는 지금 일을 그만두고, 대책 없이 쉬고 놀기만 하는 상태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음.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안다. 그래서 더 두렵지는 않다. 그래, 다른 곳에 더 열심히 도전하면 되지.


 당장의 안정되지 못한 상태가 나를 괴롭히기는 해도 무너뜨릴 수는 없으니까.


 단단해져 가면서 또 생각한다. 올 한 해는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에 대해.


20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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