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병원밥에 적응, 이상한 습관, 영화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다. 일단 새벽까지 잠을 못 잤고, 못 잤다 보니까 중간중간 자꾸 잠이 몰려왔다. 안 자려고 눈을 부릅뜨고 노력했다. 자면 또 새벽까지 못 자니까. 근데 방금 입원일기를 쓰기 전에 잠을 두 시간이나 끔뻑 졸았다. 난 이제 오늘도 글렀다.
병원에서의 삼시세끼에 익숙해졌다. 일단 아침을 먹으러 일어나는 시간에는 몇 시에 잤어도 벌떡 7시 30분에 기상한다. 그리고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아침 메뉴를 기억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햄이 들어간 짠 스크램블에그와 순두부찌개 그리고 김치. 뭔가 밑반찬이 더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병원밥의 하나의 법칙은, 삼시세끼중에 한 끼 정도는 먹을만한 고기반찬이 나온다는 것이다. 오늘은 저녁에 떡갈비가 세 개 나왔다. 딱 하나 단점은 간이 좀 센 편이라 먹다 보면 물리기도 하고, 밥이 모자란 것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배가 부른데도.
병실에서의 내 기본 자세는 대략 이렇다.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누워있는 것 처럼 앉아있는데, 평소에는 이것 저것 일을 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계속 나빠 일할 생각은 못 하고 계속 영화를 뒤적이다가 퀴어 영화로 유명한 "Call me by your name(통칭 콜바넴)"을 봤다. 한여름의 첫사랑 이야기가 너무 예쁘고 영상이 반짝거리는 게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영화 감상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남자 주연배우에 대한 논란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쓰지 않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나는 병원에서 이상한 습관이 생겼는데, 저녁을 먹자마자 샤워를 하는 것이다. 대단한 습관은 아니지만 생긴 게 다행이다 싶다. 씻는 것은 한 번 미루기 시작하면 차일피일 미뤄서 내 머리에서 기름이 나올때까지 안 씻기 마련이니까.
원래는 길게 오늘 하루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아니면 늦은 잠을 자서 그런가. 힘이 없다. 좀 더 자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입원일기 4일차. 오늘은 대충 이만 줄이고 자야겠다.
다들 비오는 밤. 좋은 밤 되길.
20210427
아 참 오늘은 친구의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