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 Apr 27. 2021

입원일기(4)

삼시세끼 병원밥에 적응, 이상한 습관, 영화

컨디션이 나쁜 날의 입원일기 스타트.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다. 일단 새벽까지 잠을 못 잤고, 못 잤다 보니까 중간중간 자꾸 잠이 몰려왔다. 안 자려고 눈을 부릅뜨고 노력했다. 자면 또 새벽까지 못 자니까. 근데 방금 입원일기를 쓰기 전에 잠을 두 시간이나 끔뻑 졸았다. 난 이제 오늘도 글렀다.


 병원에서의 삼시세끼에 익숙해졌다. 일단 아침을 먹으러 일어나는 시간에는 몇 시에 잤어도 벌떡 7시 30분에 기상한다. 그리고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아침 메뉴를 기억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햄이 들어간 짠 스크램블에그와 순두부찌개 그리고 김치. 뭔가 밑반찬이 더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병원밥의 하나의 법칙은, 삼시세끼중에 한 끼 정도는 먹을만한 고기반찬이 나온다는 것이다. 오늘은 저녁에 떡갈비가 세 개 나왔다. 딱 하나 단점은 간이 좀 센 편이라 먹다 보면 물리기도 하고, 밥이 모자란 것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배가 부른데도. 


 병실에서의 내 기본 자세는 대략 이렇다.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누워있는 것 처럼 앉아있는데, 평소에는 이것 저것 일을 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계속 나빠 일할 생각은 못 하고 계속 영화를 뒤적이다가 퀴어 영화로 유명한 "Call me by your name(통칭 콜바넴)"을 봤다. 한여름의 첫사랑 이야기가 너무 예쁘고 영상이 반짝거리는 게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영화 감상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남자 주연배우에 대한 논란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쓰지 않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나는 병원에서 이상한 습관이 생겼는데, 저녁을 먹자마자 샤워를 하는 것이다. 대단한 습관은 아니지만 생긴 게 다행이다 싶다. 씻는 것은 한 번 미루기 시작하면 차일피일 미뤄서 내 머리에서 기름이 나올때까지 안 씻기 마련이니까. 


 원래는 길게 오늘 하루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아니면 늦은 잠을 자서 그런가. 힘이 없다. 좀 더 자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입원일기 4일차. 오늘은 대충 이만 줄이고 자야겠다. 


다들 비오는 밤. 좋은 밤 되길. 


20210427

아 참 오늘은 친구의 생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원일기(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