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5일차, 혼자 먹은 짜장라면과 시끄러운 병실
입원 5일차. 이래저래 기분이 나쁜 기상이었다. 어제 너무 늦게 잠들어 밥이 오는 것도 못 듣고 갑자기 깼다. 시간 맞춰 아침을 먹지 않으면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없으니까 일단 몸을 일으켰다. 마스크를 끼고 자는 탓에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코 속이 건조하고 불편했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끼고 자면 좀 더 편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데, 나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지내는 일상이 갑갑하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한 하루하루다. 집에 간절하게 가고 싶어지는 기상이었다.
오늘도 역시 아침은 뭘 먹었는 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침에 뭐가 나왔더라.
아침을 먹은 후에 다시 잠들었다. 조금 뒤척였다. 어제는 안 아프던 발목의 반대 면이 좀 욱씬거렸다. 자리에 누우면 아픈 부분이 자꾸 떠오른다. 어제도 생각 했었는데. 아플 때마다 적어놔야 하나. 아프던 쪽은 멍이 점차 빠지고 있다. 차도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멍이라는 건 두면 빠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병원에 오래 있으니 괜한 불신이 좀 생기는 것 같다. 알아서 잘 해주겠지 싶으면서도.
그리고 그거와는 별개로 새로 오신 간호사 선생님이 손이 조금 서툴고 거치셔서 그 분이 내 침을 제거하실 때면 걱정이 된다. 샤샤샥 하고 뽑는 분과는 다르게 멈칫 멈칫 침을 뽑을게요? 지금 뽑을게요? 이렇게 한참 망설이신다. 그 분이 망설이실 때면 나도 겁이 난다. 아닐 걸 알아도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 때문에. 하지만 멋지게 침을 제거하고 오늘도 치료를 마쳤다.
오전 치료를 마치고 나서는 아만다 녹스 살인사건에 관련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이전에 팟빵 '크라임' 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이 사건에 대해 재 프로파일링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상당히 재밌어서 세 번 정도 다시 들었다. 당시 내가 듣던 크라임이라는 팟캐스트에서는 재 프로파일링이 중점이기도 하고 사건을 재구성해서 진짜 범인이 아만다 녹스였나? 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시 사건의 전반의 부정확한 증거들, 위법적인 증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다만 다큐멘터리는 아만다 녹스, '범인'으로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기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언론이 어떻게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기사로 대중을 선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곧 아만다녹스에 대해서도 글을 올려 볼 생각이다. 넷플릭스에서 올라오는 범죄 관련 다큐멘터리 오리지널은 좀 취향에 맞는 것 같다.
사실 난 그냥 다큐멘터리를 좀 좋아할 지도. 최근 침대에 누워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가오리가 나오는 유튜브 클립만 거짓 조금 보태서 10개는 넘게 찾아본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엔 드디어 젓가락이 없어서 못먹고 사물함에 쟁여둔 짜장범벅을 먹게 됐다. 엄마가 젓가락을 가져다 준다는 말에 급하게 저녁을 취소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왜 저녁을 안 먹느냐고 물었지만 군것질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냥요, 하고 얼버무렸다. 그냥인 일이 너무 많다. 세상에는. 사실 그냥이라는 말은 할 말이 너무 많거나, 너무 별 것 아니라서 삼키고 뱉는 말이구나 하는 걸 한번 더 깨달았다.
일곱 시 직전에 엄마가 1층에서 젓가락과 요거트를 건네줬다. 덕분에 쟁여뒀던 짜장범벅을 먹었다. 저녁을 안 먹었으나 자꾸 빵이니 떡이니 먹은 것 때문에 그리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왠지 오늘은 꼭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늘 내 우울한 기분의 원인을 알아냈다. 창 밖을 못 본 탓이었다. 두 번째 치료때 창가에 누워 창 밖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누워있는 것만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조금은 빛을 봐야겠구나.
이상하게 오늘도 문장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꾸역꾸역 더 쓰다가는 내가 꾸역꾸역 쓴다는 사실이 들통날 것 같아 오늘도 줄여야겠다. 건강한 밤 되기를.
20210428
아참 그리고 치킨 200개를 선착순으로 받아가기 위해 1층 치킨집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