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일기(9)

오늘은 손님이 많이 왔다 갔다.

by 디디
제목_없는_아트워크 1.jpg 오늘 왔다간 우리 곰이(엄마도 같이 왔다)

오늘은 반가운 손님들이 오기로 했다. 코로나때문에 장시간 면회 및 보호자들 출입은 제한하고 있지만, 내가 잠시 10분정도 내려갔다 오는 것은 괜찮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엄마가 곰이를 데리고 놀러왔다. 진짜 잠깐이었지만. 집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30분은 걸리는데, 그 거리를 같이 걸어와준 곰이도 엄마도 고마웠다. 곰이가 나를 알아보는 건지 아닌지 고개만 갸웃거리고 자꾸 안쪽을 향해서 낑낑거렸다. 오랜만에 봤는데도 못알아보는 것 같아 마음이 서운했다. 좀만 더 늦게 들어가면 날 까먹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얼른 보고 싶었는데. 내가 시무룩하게 병실로 들어가자, 엄마가 그걸 눈치챘는지 다시 연락이 왔다. 너무 서운해하지 말어. 곰이 집가면서 자꾸 뒤 돌아보더라. 언니 오나 안오나 보는 거 같았어.


곰이를 키우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곰이의 평생이 나의 평생보다는 짧겠지만 그래도 평생 잘 해 줘야지. 매일매일 안아주고, 매일매일 맛있는 걸 잔뜩 주지는 못해도. 항상 옆에 있어줘야지.

반려동물이라는 건 신기하다. 잠깐 만나서 함께한 것만으로도 기운이 난 것 같아. 얼른 나아서 집에 가면 꼭 안아줄거야.


누군가 궁금해 할 수도 있는 오늘의 식단을 말하자면 오늘은 꽤 맛있는 게 많이 나왔다. 아침은 계란후라이와 김이 나왔고, 점심은 제육볶음과 어묵볶음이 나왔다. 또 저녁은 알감자조림 두 알과 버섯잡채. 버섯이 너무 많아서 먹기가 좀 힘들었다. 나도 버섯을 좀 좋아해보고 싶은데.

저녁 잡채를 보니 전에 가족들이 잡채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잡채를 해 준 일이 생각났다. 잡채는 먹을 때는 순식간인데 하는 동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가는 요리여서 힘들었다. 첫 잡채는 생각보다 당면을 너무 오래 삶고 불려서 너무 흐물흐물하고 축축했다. 당면은 어렵다. 어떤 시간을 넘기면 너무 불어터지고,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너무 딱딱하게 삶아지니까. 파스타, 라면, 잔치국수면 등등 다 삶아봤지만. 그 중 제일은 당면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너무 기름지고 짜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괜히 영양사 분들한테 죄송해졌다.


저녁을 먹고 나니 친구가 병원에 잠시 들리겠다고 했다. 내가 분명 면회가 안 돼서 불편할거라고 이야기했지만, 괜찮다고 그냥 얼굴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뭘 먹고싶냐고 물어보기에 그냥 초코칩 쿠키. 하고 대답했고 찰떡같이 촉촉한 초코칩 쿠키를 사다줬다.

제목_없는_아트워크.jpg 모자를 눌러쓰고 강아지 뚜뚜와 함께 온 친구 현.

친구가 호기롭게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서부터 걸어왔다. 우리 집에서 5분거리에 사는 친구라서 아마 걸어오는 동안 30분은 걸렸을 건데 꿋꿋이 걸어온 게 대단했다. 원래는 하루에 한 300걸음쯤 걸으면 지칠 정도로 저질 체력에 귀찮음이 모든 걸 이기는 사람인데. 근래의 필라테스 효과를 좀 본 것 같기도. 오랜만에 봐서 신나게 인사를 나누고 뚜뚜를 만졌다. 뚜뚜는 친구네 강아지인데 최근에 미용을 해서 한 오천배 귀여워졌다. 길 때도 귀여웠지만 조금 짧아진 털도 귀엽다. 친구는 이것저것 얘기하더니 발은 괜찮냐고 물어보고 얼른 퇴원해서 자기랑 놀자고 칭얼거리다가 갔다.

우리는 십 년이 넘게 친구사이인 게 신기할 정도로 서로 다른데, 이런 순간을 보면 왜 십 년이 넘게 친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서로 생각하는 방식은 정 반대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니까. 평소에야 고맙지 뭐. 이런 말로 넘기지만, 사실 진짜로 고맙다. 나를 계속해서 꾸준히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큰 힘이 되니까.


참고로 원래는 내일은 퇴원일기를 쓸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의사선생님의 만류로 화요일에 퇴원하게 됐다. 안녕.. 나의 평온한 저녁.


날이 좀 쌀쌀해졌다. 다들 옷을 잘 챙겨입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입고 다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날이 더워질 때가 됐는데. 올해도 오락가락이다. 슈크림 붕어빵이 먹고싶어지는 밤이다.


20210502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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