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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un 17. 2019

행복

나는 잘 잊어버리거든요, 행복해지려구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새 앨범이 나왔다. 유튜브에서인가, 그들의 소식을 짧게나마 전해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댓글에 적혀 있던 '음악으로만 먹고살 수는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당연한 거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예술로서 먹고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먹먹하다. 어떤 일 해요? 하는 말에 당연하게 직업이 예술가라고, 작가라고, 음악가라고 대답하기에 머뭇거려야 하는 순간들. 


 브로콜리너마저의 이번 앨범 <속물들>은 <졸업>이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 갑자기 선물처럼 뚝 떨어진 앨범이다. 모든 앨범이 그렇지만, 유독 브로콜리너마저의 앨범과 노래에는 서사가 있다. 나에게 뭔가 말해주려는 듯한 노래 가사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살아왔다는 짧은 말들. 

 사실 앨범 별로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들도 있지만, 앨범에 수록된 그대로 주욱 노래를 듣다 보면 괜히 그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 잘 지냈나요? 잘 지내나요? 나는 그럭저럭 살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제일 인상적이기도 하고,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노래는 '행복' 이라는 곡이다. 나는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별로 귀기울여 듣지 않던 노래가 가슴 한 켠에 툭 하고 떨어지는 때. 그러면 그 노래를 잊어버리지 않을 때 까지 듣는다. 다시 들어도 생각이 날 때까지. 지난일들을 기억하나요? 애틋하기까지 한가요? 나는 잘 잊어버리거든요, 행복해지려고요. 몇 줄 없는 가사가 반복되고 반복되는 멜로디 사이에 켜켜이 쌓이는 목소리들을 나른히 누워 듣자면 눈물이 날 것 같다. 항상 벅차오르는 마음. 행복해지려구요. 


 브로콜리너마저라는 밴드가 언제까지 곡을 내줄까. 언제까지 음악가로서의 삶을 살아줄까. 적어도 내가 힘든 순간이 있을 동안은, 그러니까 앞으로 얼마나 살아가게 될 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동안은 해 주었으면. 같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그런 사이가 되도록.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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