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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May 12. 2019

최저시급

나를 사랑하고 싶어서

 최근, 일하던 곳에서 잘리고 급하게 일을 찾다 보니 생각보다 아르바이트도 나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경력은 흔한 것이고, 어릴 때 부터 일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연관성이 없는 곳에 지원했을 때는 경력자가 아니기에 뽑아주지 않는다. 이제는 아주 작은 기업이더라도, 아주 짧은 아르바이트더라도 어디서든 경력자를 뽑으려고 한다. 시급이 4700원이었던 때 부터 일했던 나로써는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8350원이라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뿌듯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원망스럽다. 이제는 정규 아르바이트생보다 키오스크를 쓰는 가게가 늘어났다. 나는 빠르게 변하고 오르는 삶에서 아무것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쓰였다. 




 아르바이트 꽤 많이 해보셨네요?


 아르바이트 면접을 가면 꼭 듣는 말 중에 하나인데 '나이 치고는' 이라는 말이 꼭 문장 맨 앞으로 붙는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그러면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어필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받고싶지 않다. 아르바이트 많이 해 보셨으니 이 정도는 하시겠네요, 하는 말들.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예를 들어 많은 가게를 거쳤던 카페 아르바이트의 경우- 처음 해 보는 직종의 경우에는 다르다. 허둥거릴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서비스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르는 이의 기대와 부담을 업고 시작하는 것은 내게 있어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못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일을 시작하고 몇 번 실수가 반복되면 손이 느리다거나, 이정도도 못 하냐거나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곤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가끔 그럴 때면 내 가치가 6700원 쯤에서 멈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4350원 보다는 많지만, 8350원 보다는 적은 가치. 



  새로 구한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끈기나 근성이 없는 사람인가 싶다. 주변 환경 탓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그냥 내가 좀 쉬고싶은 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게으르지 말자고 다짐하는 나를 보고 있자면 사람이란 건 참 간사하고 애매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새로 구한 일터는 모든 게 괜찮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과 합을 맞추어 일하기가 너무 괴로웠다.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일을 못하는 게 흠이라는 것은 절대 아닌데, 일을 못 해서 하는 선의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과 일하려는 것은 괴로웠다. 하필이면 그게 내 상사라서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점도. 그래서 결국 절이 싫은 중은 떠난다. 바뀌지 않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고 싶지 않고, 그러기 위해 내 인간성을 깎아먹어야 한다는 것도 싫어서. 안녕! 다시는 안 볼 사람들. 




 좀 쉬고 싶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지만. 사실 내가 그리 열심히 살지 않는 거 같아 쉬기가 민망하다. 누가 너 열심히 사냐고 물어보면 괜히 민망하고 싶지 않아서 '나름..대로?' 라고 대답할 정도의 열심. 하지만 누가 묻기야 하겠는가. 어차피 지나는 인연인데. 


 일단은 새 일을 구하기 전 까지, 일하던 곳이 사람을 구할 때 까지는 그동안 일상의 반복이지만. 다시 나름대로 열심히 하루하루 살 예정. 8350원 어치의 가치를 찾아가야지.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필요로 있는 곳에. 


201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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