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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ul 01. 2019

한창 때

?

1. 

 스무살이 한창 때라고 말한다. 푸르고 붉고, 노랗게 깜빡이는 신호등 아래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창 때라는 말들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들. 자전거를 받치고 땅에 기대어 서 있는 한쪽 다리가 저려왔다. 한창 때. 그 말이 나는 속상하게만 들렸다. 후 하고 뱉는 날숨처럼 들렸다. 


2.

 한창 때라고, 좋을 때라고. 그 얘길 듣고 나서도 밍숭맹숭한 내 표정을 앞에 두고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때는- 하고 시작하는 과거를 회상하는 말들. 어떻게 자기가 지금 이렇게 되었고, 어떤 노력을 했었고. 정말 아직 어리고. 어린 것이 전부 한창 때인것만은 아닌데. 


3.

 열매도 꽃도 각자 피거나 맺어지는 시기가 다른 것 처럼. 


4. 

 누군가 말하는 꽃피는 스무살의 시기에 하루의 반을 텁텁한 공기와 숨막히는 공간에서 보내기도 하고,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종일을 보내는 사람도, 얼굴이 씰룩거릴 정도로 입꼬리를 올려 가며 사람들 앞에 하루 종일 서서 매번 똑같은 이야기만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바라던 대학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쥐는 것 보다 손에서 놓쳐 잃어거는 것에 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이 내가 되기도 하고, 우리로 묶이기도 한다. 


5. 

 청춘이고 나발이고 한 번쯤은 쉬어가고 싶다. 스무 살도 버겁다. 좋은 때라는 말좀 그만 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 버겁지 않은 청춘이 되게 해주세요. 말뿐인 한창 때, 좋은 날들 말고요. 


2018

한창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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