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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10. 2020

목적

거창하진 않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것

1.

 갑자기 궁금해졌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밥이나 근력 말고. 정신력도 말고. 꿈으로 살거나 돈으로 살거나. 아니면 꿈을 이룬 돈으로 살거나. 결국은 돈으로 사는 것 아닌가. 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기회 조차 없다는 말을 수도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뭐가 더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2. 

 지금 당장의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 전 입원한 고양이의 건강, 우리 집 늙은 강아지의 건강. 그리고 가족의 건강. 또 마지막으로 내가 하루하루 살아나갈 수 있는 정도의 돈. 딱 이 정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오늘만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평생 내일만 꿈꾸며 살 수는 없다.


3.

 내일만 꿈꾸며 살 수 없음을 안다. 나는 내일은 무엇이 되어있을 지 모르고, 내일은 어떻게 되어있을 지 모르니까. 


4. 

 누군가가 와서 당신은 무엇으로 사시나요? 하면 당장에 대답할 수 잇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아마 대답할 수 없겠지. 그리고는 그냥 뭐야 이 사이비는? 하고 지나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지나치고 나면 나는 한번쯤 반문할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6.

 최근의 속초 여행으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나는 목적으로 산다. 그리고 그 목적은 살던 곳을 떠나는 순간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비록 내 모든 날들의 아침이 속초에서 맞이한 일출같지 않을 것이고, 내 모든 날들의 오후가 속초 시장에서의 익숙하지 않은 오후가 되지는 않겠지만. 한 순간의 감동을 위해서라면 나는 얼마든지 그것을 목적으로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살던 곳을 떠나서 새로운 것들을 보는 삶. 나는 그것으로 살 거다. 거창하지 않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것들로.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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