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이 있었더라면 아마 해파리거나 물고기였을 것이다. 바다를 좋아하고 그 짠 내음마저 사랑하는 것을 보면. 바다를 보면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 있다. 너무 감동적이라서. 저 쯤이 끝이 아닐까 내다본 바다는 황망하고 푸르러서 숨이 막힌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숨이 벅차오를 때 까지 끝을 향해 헤엄치고 싶다. 물에 들어가 파도에 쓸리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파도에 쓸려가는 것이다. 누구도 떠올리지 않으면서.
바다에 누워 귓가에서 꼬르륵 거리는 물소리를 듣는다. 햇살이 뜨겁게 물 밖의 피부를 찌른다. 그럼에도 부동의 자세로 나는 계속 실려간다. 바다가 반짝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눈앞의 하늘이 쏟아져내릴 것 같다. 이런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또 한다. 계속 이렇게 바다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0200117
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