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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23. 2019

혼자 가는 여행

속초

 나 기분 전환 좀 하고 오려고. 


 J와 데이트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꺼낸 말이었다. J는 갑자기 무슨 기분전환? 이라고 물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하고 싶었다. 어디라도 좋았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좋다는 말이다. 


 그냥, 책도 읽고 좋아하는 영화도 한번 더 보고. 글도 좀 쓰고 그림도 좀 그리고 바다도 보고.


 바다를 본다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J는 좋네, 어디로 가고싶어? 하고 물어왔다. 나는 막연히 바다가 가고싶었다. 어느 바다, 어디의 바다인지는 정하지도 않고. 모든 게 낭만적일 수는 없지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파도에 비치는 햇살을 보며 깨어나서 따듯한 차를 한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보는 것 만으로도 좋다. 그러나 모래가 옷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것을 알아도 뛰어드는 것도 좋다. 바다에 뛰어들 때면 격하게 헤엄치거나 하지 않고 나는 둥실둥실 떠다닌다. 배를 볼록 내밀고. 그렇게 파도에 떠있다 보면 귓가에 울리는 파도소리가 웅 웅 하고 머릿속까지 헤집는다. 이대로 파도에 떠밀려 어디라도 좋으니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목적지 없이 떠도는 해초처럼. 


어디로 가고싶은 지는 잘 모르겠다. 어디가 좋을까.


 어디가 좋을까, 하는 말을 끝으로 우리 대화는 다르게 흘렀다. 나는 사실 그 날, 다른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 어디로 갈 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혼자인 여행. 온전히 혼자만을 위한 여행. 

 집에 도착하자마자 혼자 여행. 바다 여행.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정보는 많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곳이 없었고,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마음만 커졌다. 너무 많은 걸 무작정 보다 보니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많은데 내가 한 군데라도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고싶은 것만 많고 너무 무작정 떠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고작 하루. 딱 하루만 주어질 텐데. 그래도 그 안에 꼭 하고싶었던 거, 먹고싶었던 거, 가고싶었던 곳은 하나씩은 가 보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지? 하는 큰 벽에 부딪히고 나니 혼자 무언가를 해낸다는 일이 시작이 어려움을 깨달았다.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갑자기 떠나는 것이 취미다. 해외도 갑자기, 국내도 갑자기. 국내는 더 가볍게 다녀올 수 있으니 그냥 슝 떠나갔다 슝 돌아오는. 혼자 여행을 하면 외롭지 않냐는 내 말에. 


 혼자라서 좋은 것들이 있더라고. 누구와 이 순간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혼자라서 온전히 나에게만 좋은 시간이기도 해.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를 떠올리다가 내가 먼저 해야할 것이 생각났다. 둘이 여행을 떠나면서도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것. 내게 있어서 여행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게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지에 대한 결정. 그걸 먼저 하지 않으면 죽도밥도 없이 그냥 여기가 유명하다더라~ 하는 데만 졸졸 쫓아다니다 몸이 지쳐버리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바다. 바다가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안락한 숙소. 나는 여행을 가면 혼자가 아니더라도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다. 나 혼자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독립된 숙소를 찾자, 는게 첫 목표가 되었다. 

 목표가 생겼다고 해서 바로바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는 너무 비쌌고, 어디는 혼자 쓰기엔 너무 넓었다. 혼자서 여행을 준비한 지 이틀도 채 안됐지만 약간 버거웠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일박 이일의 여행도 채 혼자 못 가는 내가, 왜 혼자 산다고 말하고 다녔을까. 


 나를 위한 계획을 짠다고는 했지만 아직은 더뎠다. 하나하나 맞춰나갔다. 나는 책방을 좋아하니까, 도착하면 어디로 가고, 저녁은 이걸 먹고. 계획이나 예산같은 것도 같이 맞추고 나눌 사람이 없으니 괜히 심심했다. 싫지는 않았고 그냥 이런 내가 신기했다. 늦은 휴가, 늦은 여행이지만 혼자를 위해 떠나기에 모든 것이 기대만큼 좋았으면 좋겠다. 기대만큼 좋지 못하더라도 나한테 어떤 의미와 좋은 추억이 되어 '혼자 처음으로 여행갔을 때 말이야' 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 다가오는 월 초에 속초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20191023

혼자 가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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