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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Sep 18. 2023

조선시대 아동학대사건(2편) - 두 명의 용의자

소소한 일상, 가벼운 역사 한 잔

두 명의 용의자

김귀성에게 발견되기 전 옥가이를 마지막으로 거둔 이는 무녀 귀덕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옥가이의 두 발이 칼에 잘린 것이 아니라,

동상으로 인하여 자연스레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더욱이 자신의 이웃이던 자질금과 을비라는 사람도 그것을 같이 보았다고 주장한다.

무녀 귀덕

실제 옥가이를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거두었던 수은과 손금 역시 추문 중

옥가이의 발이 동상에 걸려 있었다고 말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에 중종은 의원을 불러 옥가이의 절단 된 다리를 살피기에 이른다.

과연 옥가이의 발은 상해가 아니라 동상으로 떨어져 나간 것 일까?

무녀 귀덕은 옥가이의 발이 동상으로 잘려나간 것이라 하였지만,

의원의 검사 결과 칼로 잘린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귀덕의 이웃인 자질금과 을비 역시 귀덕이 그 아이를 거둔 것은 보았으나

그 아이의 발이 동상으로 떨어져 나건 것인지는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한다.     


무녀 귀덕은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리고 정말 옥가이의 발을 자른 범인은 누구일까?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사이 해당사건을 전담하던 의금부에서 중종에게 뜻밖의 보고를 올린다.

어린아이의 말만 믿고 수사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말과 함께

인력이 부족해 조사하기가 어렵다고 내용이었다.

이런 무책임한 보고에 중종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의 여러 신하들도 이 사건을 빨리 마무리 지으라며 중종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옥가이가 범인으로 지목한 한덕, 동상으로 발이 잘렸다고 거짓진술을 한 무덕.

이렇게 유력 용의자가 두 명이나 있었으나

어린아이의 말만 듣고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해당사건은 허무하게 종결되었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회적 약자이기에 더욱 보호받아야 했지만 오히려 사회적 약자여서 무시를 당했다.

과연 그들에게 중요한 일은 무엇이고 또한 옳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평생 두 발 없이 살아갈 옥가이는 얼마나 힘들고 원망스러운 삶을 살아갔을까?

중덕이라는 여성이 소문을 듣고 몇 개월 만에 딸인 옥가이를 찾아 왔다는 것만 봐도 알겠지만,

당시 이 사건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 시킨 사건이었다.

그래서 였는지 중종은 ‘부모 잃은 아이가 발견되면 즉시 해당 부에 고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당사자와 관령들을 모두 엄히 다스리겠다.’라며

요즘으로 따지면 아동복지법을 제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실록에도 그리고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옥가이와 비슷한 아이들이 늘 생겨났고

아동학대사건 또한 빈번히 발생되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문장하나로 남겨진 법령이

아닌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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