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낼 수 있는 용기.
편집을 하려고 지난 주말 촬영한 영상들을 정리하던 남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코피가 날 정도로 힘들었던 우리의 첫 촬영은 요리의 완성과 함께 끝나버렸고, 완성된 요리의 모습이나 그것을 맛있게 먹는 장면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분명 평화로운 홈카페 브이로그가 콘셉트이었는데, 요리를 만들다 지쳐서 끝나버렸다. 이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열심히 범인을 찾아다니다가 마지막에 범인을 잡는 장면 없이 갑자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런 상황이었다. 아마도 그 영화의 평점은 1점도 아까울 테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이대로 끝내자니 영상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고, 지난주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자니 다시 찍을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이게 우리의 첫 영상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재촬영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첫인상은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더라도 처음부터 제대로 담아내야 했다. 2) 그리고 유튜버의 길을 가기로 한 이상, 촬영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고민 끝에 우리는 돌아오는 주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요리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촬영도 자꾸 하다보면 금방 요령이 생기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다행히 재촬영은 처음만큼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한 번이라도, 경험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우리 두 사람의 호흡이 처음보다 훨씬 좋아졌고, 그만큼 덜 힘들었다. 역시 모든 일은 경험과 연습이 쌓여 실력이 되고, 실력이 쌓일수록 점점 쉬워지나 보다. 재촬영의 마지막 즈음에는 첫 촬영에서 느꼈던 촬영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줄어들었다. 최소한 코피가 또 날 것 같지는 않다.
4월 15일,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우리의 첫 영상을 업로드하는 날. 사실 나는 대부분의 '처음'에 의미를 두는 편이긴 하지만, 남편과 내가 함께 만든 첫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떨리는 일이었다. 아마도 이 영상이 나뿐만 아니라 나와 남편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일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커졌던 것 같다.
혹시 본인이 쓴 글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걱정이 나를 뒤덮었다. 나의 감정이 너무 드러나는 것은 아닐지,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상처 받으면 어쩌지. 누군가 내 생각을 오해하면 어쩌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완벽하지 않은 나의 글을 보고 남들이 비웃으면 어떡하나 였다. 완벽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결국 내가 받을 가상의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떤 책에서 말하길,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시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도하지 않았으니, 실패도 없는 것이다. 나는 창작이라는 영역에 있어서는 아주 오래 동안 그런 상태였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나의 글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도해보라'는 한 유튜버의 말에 용기를 내서 일단 시작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막상 영상을 올리려고 하니 과거의 걱정들이 다시 나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자리잡기 시작했다. 우리의 영상이,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가 볼 때 부족하고 모자라면 어떻게 하지. '저 두 사람은 왜 구지 귀찮게 저런 콘텐츠를 만드냐'며 수군거리지는 않을까. '관종인가?' 라고 욕하면 어떡하지. 아마 혼자였다면 여기서 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드디어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올리고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다.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는 유튜버 전용 멘트도 함께.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줬다. 그렇게 나는, 나와 남편은 하나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첫 업로드 이후 이틀. 우리의 (지인) 구독자는 60명을 넘었고, 조회수는 금세 300을 넘었다. 몇 천, 몇 만 명이 구독하고 조회하는 영상과 비교하면 분명 보잘것없는 숫자였지만, 그래도 우리가 무언가 시작했다는 사실이 대단히 뿌듯했다.
연애 감정도 0에서 1이 되는 게 어렵지 1에서 100은 충분히 가능하고, 운동도 운동하러 가는게 어렵지 막상 가면 신나게 땀을 쫙 빼고 오곤 한다. 우리의 채널도 이제 어렵게 1이 되었으니, 매 순간을 즐기면서 100까지 가보려고 한다. 우리 둘,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