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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입니다 Aug 06. 2023

2주 차 : 완전체

그녀는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나타났다.

퇴원 전날 말로만 듣던 젖몸살이 시작 됐다. 병원에서 빌려준 아이스팩을 안고 하루를 버티긴 했지만 난생처음 느껴보는 가슴 통증에 나 혼자 수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기 입원 후 산후조리원에 혼자 들어갈지, 퇴원을 기다렸다 아기와 함께 들어갈지 고민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산후조리원 가슴 마사지만이 절실했다. (다시 생각해도, 확실하게 가슴통증이 수술통증을 이겼다.)


그렇게 도착한 산후조리원. 원장 선생님의 생활 안내가 이어졌고 마지막 신생아실 설명을 해주셨다. 아기들은 태어난 순서대로 작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떤 아기는 기저귀를 갈고 있고, 어떤 아기는 막 수유가 끝났는지 돌봄 선생님 품에 안겨 트림을 하고 있었다. 나보다 며칠 먼저 입소한 엄마들은 아기를 만나러 오가며 아기의 안녕을 확인했다.


그 순간, 병원 중환자실에 두고 온 아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젖몸살에 나만 생각했는데 아기의 빈자리에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덤덤하게 아기를 두고 왔고, 그저 기다리면 된다라고 머리는 이해했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젖몸살에 의한 가슴 통증은 슬픔에 의해 문드러지는 통증으로 돌아섰다.

 

그런 나를 보며 원장 선생님은 담담하고 조금은 혼내듯이 이야기하셨다. "산모님, 울라고 신생아실 설명해 준 거 아니에요. 아기도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좋아지고 있잖아요. 지금은 산모님이 빠르게 회복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뭐가 가장 불편한가요?? 남편분은 방으로 가시고 마사지실로 오세요."  나 같은 산모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보아 왔을 테니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니큐에 들어간다. 조리원에 머물던 기간에도 열명 중 한두 명은 니큐에 있다가 뒤늦게 합류했다.)


그렇게 먹먹한 마음을 추스르고 마사지실(산모케어실)에 입장했다. 다시 젖몸살과 마주했는데 처음 겪은 가슴 마사지는 아프다는 느낌보다 굴욕적인 느낌이 더 컸다. 내 몸과 가슴이 분리되는 기분이었다. 비틀어지고, 눌려지고, 짜내짐으로써 딱딱해진 가슴에서는 말로만 듣던 초유가 한 방울씩 나오기 시작했다.


출산하기 직전까지도 수유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하여 아무 생각이 없었다. 모유 수유는 그저 나오면 초유만 먹이고,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데로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니 나보다 소, 양이 더 건강한 풀들을 먹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100% 분유도 생각했다. 그런데 아기가 니큐에 들어가면서 모유 배달 미션이 있었고 그렇게 아기와 떨어져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유축했다. 처음에는 5ml, 10ml였던 모유가 3일이 지나니 30ml까지 늘었다. 유축한 모유는 냉동 후 남편을 통해 신생아실로 전달되었다.


신생아 중환자실과 우리 부부는 매일 오후 짧은 화상통화를 이어갔다. 첫 초유가 배달된 다음날, 간호사 선생님께서 통화 전 짧은 영상을 전송해 주셨다. 손톱만큼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노란 엄마젖이 담긴 젖병을 빨고 있는 아기 영상이었다. 랜선을 통해 이렇게 첫 모유 수유를 마쳤고, 그날 밤 처음으로 타이레놀을 먹지 않고 잠에 들었다.(조리원 입소 후 사흘간 미열과 두통으로 매일 3~4알의 타이레놀을 먹었다. 나중에는 코로나로 오해받을까... 별도로 약을 지어야 하나 생각했다.)


조리원 입소 5일 차 아기 퇴원일이 확정되었다. 중환자실 입원 열흘만이었다. 나는 출산 시 입고 온 원피스를 그대로 입고 아기를 찾으러 갔다. 배가 부른 채 입었던 원피스는 열흘 만에 헐렁해졌고, 헐렁해진 옷 위로 아기를 안고 나올 생각을 하니 가슴이 쿵쾅거렸다. 간단한 퇴원교육을 마치고 가져간 배냇저고리, 속싸개, 겉싸개를 전달했다. 잠시 후 켜켜이 입혀진 우리 아기가 도착했다. 처음으로 나의 아기를 어루만지며 찬찬히 보았다. 까만 눈동자, 조그마한 코, 야무진 입술까지 내 아기 었다. 그리고 아기를 품에 안고 조리원으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 곱게 싸인 아기 옷 위로 작은 심장이 느껴지며 마음 한켠이 몽글몽글해졌다.


다시 돌아온 조리원에서 우리 가족도 완전체가 되었다. 나, 남편 그리고 우리 아기.

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기는 우리 가족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누구보다 빛나는 중심이 되었다.


* ESTJ인 저(아내)와 ENFP인 남편이 함께 작성하고 있는 브런치 스토리입니다. (남편의 시선 : 2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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