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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03. 2024

실거주자의 아파트 가격 단상

부동산 투자 이야기 아님

아파트 값이 뛰어서, 청약에 당첨되어서, 순식간에 자산이 10억, 20억 불어난 친구들이 있다. 부럽다. 많이 부럽다. 아주 많이. 그들은 내가 쫌쫌따리 20년 간 모은 자산을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나도 안다. 자산보다는 현금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깔고 앉은 집 한 채로 당장 배불러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부럽다. 품에 안은 금덩이를 깨물어 먹을 수는 없지만 여차하면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부럽다는 감정의 기반은 아마도, 내 20년을 한순간에 앞지르는 것에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일 것이다. 그놈의 '상대적 박탈감',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지만 나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 아파트 가격이 오르길 바라지는 않는다. 유지비용 때문이다. 만일 내일부터 반포 원베일리에 가서 산다 쳐보자. 재산세가 증가하고 종부세도 내야 하고 건강보험료도 늘어나고 관리비도 늘어난다. 부자는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비싼 유지비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비싼 아파트를 줘도 유지할 수가 없으니, 아쉽기는 하지만 유지비가 적게 드는 지금 집이 딱 내 수준에 맞고 고맙다. 내 친구들보다 유지비가 적게 들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 이면의 비용을 생각하면 날뛰던 부러움이 가라앉는다.


좋은 것을 향유하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 내 아파트 가격은 오르길 바라면서, 관리비가 아까워서 용역비를 줄이고 재산세와 건보료를 내기 싫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니. 그 비용이 아깝다면 진심을 다해 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원하자. 부동산은 입지이니, 가격이 떨어진다고 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보니 부동산 자산은 스위스 은행 계좌 같기도 하다. 예금에 보관료를 부과하는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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