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먹던,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냉동 팬케이크가 있었는데, 더 이상 팔지 않는다. 처음엔 롯데마트에서 살 수 있었고, 나중에는 컬리에서 배달시켜 먹었는데, 판매 중단 된 것을 보면 잘 팔리지 않나 보다. 사람들이 팬케이크를 생각보다 즐겨 먹지 않던가, 그까짓 거 직접 해 먹거나. 그런데 팬케이크 가게에 늘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면 좋아하긴 하지만 해 먹기는 좀 귀찮고 그렇다고 냉동을 먹기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인지도.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맥도널드 모닝메뉴의 핫케익을 두 박스, 총 6장 사 와서 냉동시켜 놓는다. 6개에 6천 원 꼴인데 이전에 주문하던 냉동보다 가격이 싸고 맛도 괜찮은 것 같다. 구운 게 아니라 스팀에 찐 것이라서 레인지에 돌려먹기에는 오히려 딱 좋다.
오뚜기 핫케익 믹스가 아직도 팔리는 것을 보면 제법 반갑다. 어렸을 때 아침에 종종 엄마가 오뚜기 핫케익 가루로 핫케익을 구워주었고, 그 위에 버터 (사실은 마가린) 한 조각을 올려 먹곤 했다.
우유와 계란을 섞은 핫케익 반죽은 하루 정도 냉장고에 두어도 괜찮았다. 실상, 갓 만든 반죽보다 시간이 지난 것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아침에 엄마가 믹스를 만들어 양철 냄비에 넣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반죽 위에 동그란 구멍이 조금씩 생겼었다. 그걸 버터 (사실은 마가린) 녹인 프라이팬에 두르고 약불에서 기다리면, 위로 기포가 올라오면서 동그란 구멍이 퐁퐁 생긴다. 이때가 뒤집을 적당한 때다. 불이 강하면 기포가 제대로 생기지 않고, 적당히 노르스름한 색으로 익지도 않는다. 그래서, 잘 만든 핫케익의 윗면은 매끄럽고 균일한 연갈색이고, 밑바닥은 구멍이 퐁퐁 뚫려 있는, 밝은 색이면서 군데군데 테두리를 따라 갈색으로 익은 단면을 가진다. 보통 첫 번째는 균일한 갈색이 나오지 않고, 두 번째부터 예쁘게 구워지기 시작한다. 퐁퐁 올라오는 그 기포가 집에서 만든 핫케익의 상징이다. 어떻게 하는지 레스토랑에서 먹는 팬케이크는 양면이 다 매끈하니 말이다.
내가 미국인도 아닌데 팬케이크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좀 멋쩍긴 하지만, 팬케이크 파는 곳이 있으면 어디서든 한 번씩 들러보곤 한다. 크림과 토핑이 잔뜩 얹힌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제일 좋다. 가끔 출장을 가서 조찬모임을 할 때가 있는데, 늘 아무 토핑이 없는 플레인 팬케이크를 시키면서 살짝 우쭐해한다. '나 팬케이크 좀 아는 사람이야, 사진만 찍는 뜨내기가 아니라고.'
먹고 나면 사실 별 맛이 없는데 다시 찾게끔 만드는 묘한 음식. 밋밋한 덕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닐까. 맛은 기억에 없지만 그 주변의 상황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어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