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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28. 2024

덕수궁

2024-03-27

날씨도 좋고, 트위터에 남쪽의 꽃 사진들이 우르르 뜨길래 나도 궁궐 나들이나 해볼까 하고 나섰다. 마침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무료입장이라고 한다. 좋았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궁에 가는 날, 일정표에 추가했다.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중에 어디를 갈까 생각해 보니, 내가 덕수궁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오늘은 덕수궁을 가보자.

좌)2023년에 복원(?)된 돈덕전. 우)석조전 앞 수양벚나무

미술관 앞 벚나무가 유명한 것 같은데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 석어당 앞 딱 한그루의 나무만 꽃이 피어 있었고 대체로 경내는 앙상했다. 생각해 보니 집 앞 꽃나무들이 꽃을 피우지 않았는데 덕수궁이라고 피었을 리가.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창경궁 꽃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오늘은 덕수궁이 아니라 창경궁을 갔어야 했던가보다. 창경궁의 식생이 좀 더 다양해서 일찍부터 꽃이 번갈아 피고 지는 것 같다.


궁을 거닐며 내 나쁜 습성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가장 눈길이 가는 곳부터 들르지 않고 외곽부터 빙빙 둘러보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는 그 성격이고, 혹시나 저 쪽에 더 좋은 게 있을까 확인하고 넘어가야 안심하는 그런 마음이다. 고쳐야지. 가장 끌리는 것부터 먼저 해야지. 이 순간 이 마음은 금세 사라지는 것이니. 구석구석 다 알지 못하면 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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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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