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했던 방콕 사람들
마트에 들렀다가 쿠크다스 케이크가 보여 하나 집어왔다.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맛있다고 추천한 글을 본 기억이 나서였다. 스타벅스에 앉아 하나를 뜯어 입어 넣었다. 달달한 크림 맛. 사실 미니 롤케이크를 찾고 있다. 크림이 들어간 양산형 빵. 아마도 티포 미니롤케이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티포는 베트남 브랜드이니 태국산 과자 중에 비슷한 게 있을까 검색해 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방콕에 업무상 2주 정도 머물던 시기가 있었다. 여름이라 날이 무척 더웠다. 날이 더우니 입맛이 별로 없어서 아침을 거르고 숙소를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달달하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로는 전날 밤 내린 비가 기화하여 서렸다.
길을 걷는데 갑작스럽게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중력이 사라진 듯 몸이 부유했다. 쓰러지는 나를 지나가던 여중생 두 명이 가까스로 붙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근처에 있던 건물 경비원이 달려와 나를 둘러업고 가까운 의원으로 갔다. 다행스럽게도 의원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보건소였을지도 모르겠다. 도로변 1층에 예스러운 플라스틱 미닫이 문이 달려있는, 마치 양호실 같기도 한, 간이침대가 우르르 있는 곳이었다.
혈압과 맥박을 재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았다. 직원이 다가와 아침을 먹었냐고 물었다. 혈압이 떨어져서 그렇다며 크림이 든 롤케이크 한 봉지와 주스 한 팩을 건넸다. 당황스러워서 손사래를 치니 무료라고 먹으라고 재촉했다. 나를 데려온 경비원은 한 구석에 가만히 서 있었다.
빵과 주스를 먹고 나서 가겠다고 일어나니, 근처에 사느냐고 데리러 올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혼자라고 하니 직원이 꽤나 단호하게 그러면 경비원이 나를 데려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저 사람은 근무 중이 아닌가? 이제 괜찮다고, 혼자 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나, 직원이 다시 한번 강하게 얘기했다. 저 사람이 데려다줄 거라고.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나 눈치를 보는데 직원들은 모두 뒤돌아 가버렸다. 문을 나서니 경비원이 따라온다. 나 이제 정말 괜찮다고, 혼자 가겠다고, 숙소는 아주 가깝다고 말하는데 그냥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계속 따라온다.
결국 숙소 앞에서 헤어졌다. 뭔가 사례를 해야 하나? 현금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는데. 어색하게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집에 누워 하루 쉬고 다음날 다시 생각을 했다. 어제 그 경비원을 찾아가서 사례해야 할까? 정신이 황망하여 경비원 얼굴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대충 어느 건물인지는 알 것도 같다. 의원에 과자라도 사가지고 인사하러 가야 하나? 지금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을 텐데, 그 당시의 나는 알 수 없는 쑥스러움과 민망함에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행여나 마주칠까 한 동안 그쪽 방향의 길을 피해 다녔다.
그때 먹은 롤케이크가 가끔 생각난다. 동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TIPO일 것만 같아서, 어디선가 파는 것을 보기도 한 것 같아서 찾아보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