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7월
이미 백수이지만 조금 더 백수가 되기로 했다.
덥고 습한 탓인지 의욕이 없고 축축 쳐져서 하고 있던 일들을 모두 중단했다. 즐겁자고 하던 일인데 조금씩 의무감이 생기며 부담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차었다. 서울 근교 바람 좀 쐬고 올까 싶다가도 아 맞다 오늘 무슨 모임 있지, 하고 포기한 것이 여러 번. 회사에 메이나 여가 생활에 메이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건 마찬가지로 갑갑한 일 아닌가. 주기적으로 나가던 독서 모임, 그림 교실, 새로 신청했던 7월 한 달짜리 교육, 원데이 클래스, 강연, 공연 등을 모두 취소해 버렸다. 대기자 분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를.
이 기분은 뭐랄까, 퇴사할 때 느꼈던 홀가분함? 다시 퇴사하는 기분이다. 나 그동안 백수답지 않게 너무 일정을 가득 채우고 살았던가보다. 백수도 여름 방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