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란
6월은 535,080원을 사용했다. 나름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한 걸까, 이번 달에도 외식을 꽤 했는데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주' 항목은 집이 있기 때문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으로, 이번 달에는 선풍기가 고장 나서 새로 구매한 비용이 추가되었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만으로도 충분히 공기가 대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 아니었다. 사길 잘했다. 선풍기 만만세. 습도 때문에 후덥지근한 장마철에는 선풍기만 한 게 없다. 기온이 낮은데도 습기제거를 위해 에어컨을 켜야 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비 오는 날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놓으니 빗소리와 바람이 어우러져 운치 있다.
6월에는 소득세를 환급받았다. 2023년도 종합소득세 정산, 2022년도 외국납부세액공제 경정청구, 그리고 지방소득세까지 총 220만 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지방소득세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려준다. 예상보다 일찍 입금이 되었다. 열심히 일해주는 국세청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돈을 어디에 흥청망청 쓸까 잠시 꿈에 부풀었다가, 곧이어 재산세 납부의 달이 오는 것을 깨닫고 푸스스 꺼졌다. 재산세를 내면 되겠다.
다들 입모아 이야기한다, 어차피 나중에 쓸 거라는 생각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해서 쟁여놓지 말라고. 나도 그 원칙에 공감한다. 지금은 그야말로 없는 필요도 쥐어짜 만들어내는 세상이니까.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욕망이 타인에 의해 조종되지 않도록. 그런데, 요즘 상황이 미묘해졌다. 충동구매를 억누르고 기다리면 나중에 그 물건이 필요해지는 순간에는 가격이 올라가 있다. 이것 참, 이게 교과서로만 배웠던 인플레이션이구나. 예전에는 기다리면 가격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예를 들면 컴퓨터 같은 것 말이다. 필요한 것 이상을 소비하면서도 기술과 산업이 더 이상 예전처럼 성장하지는 못한다는 말이겠지. 이래저래 낯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