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신고
0. 종합소득세
5월 첫날이 되자마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러 홈택스에 들어갔다. 두근두근. 작년 금융소득은 6천여 만원. 결론은 실패. 산출세액이 맞지 않는다고 나오는데, 아니, 그 세액은 내가 계산한 게 아니고 시스템이 계산한 거라 딱히 내가 뭘 할 수가 없단 말이다! FAQ에 가보니 같은 문의가 등록되어 있던데 답변은 별 도움이 안 되어서 일단 치워두고 다음 주에 다시 시도해보려고 한다.
0-1. 배당세액공제 한도
Gross-up 대상 배당에 대해 배당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로스업이란, 기업이 법인세를 낸 이후 수익으로 배당을 주었을 때 주주가 또 소득세를 내면 이중과세가 되기 때문에 원천징수된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Gross-up 대상소득이 되는 조건은 이보다는 조금 복잡한데, 소득 자료에 증권사가 알아서 분류해 준다.) 처음에는 계산법이 헷갈렸는데 자세히 보니 이해가 된다. 이 참에 공제를 받아보려고 보았더니 공제 한도가 있다.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했을 때보다 총세금이 적어지면 안 된다. 그러니까, 금융소득만 있는 사람은 공제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분리과세와 종합과세의 세액이 동일하므로 공제한도가 0원이다.) 원래도 금융소득은 15.4% 이하로 과세되지 않는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대신 과거 직장 다닐 때 종합소득세 낸 것은 적게라도 공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계산해 봐야겠다.
0-2. 금융소득만 있는 경우 7,200여 만원까지 15.4%
다들 그렇다기에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고하면서 보니 이상하게도 아니다. 인적공제 150만 원만 받은 상태로 계산하면 추가세액을 납부하라고 나온다. 국민연금납부액 소득공제, 기부금 세액공제, 외국납부 세액공제를 입력해야 추가 세액이 없고 약간의 환급금이 나온다. 이상하다, 왜지? 이 역시 나중에 차근히 계산해 봐야겠다.
1. 채권 구입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예금을 채권으로 옮기고 있다. 과표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이번 달에 국채를 2천만 원 추가 매수했다. 은행환산 수익률은 3%,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아마 2.9% 대이다.
2. 분산투자
주식시장 폭락 와중에도 달러 주식 모으기(매주 20만 원)는 계속 수행했다. 증권사가 자동으로 매수해 주는 거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긴 하다. 처음에는 중단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아주 큰돈이 아니기도 해서 신경 쓰지 않고 잊고 있다가 밤에 카톡으로 매수 완료 노티가 오면 그때야 떠올린다.
IRP계좌에서 ETF를 매주 구입하겠다는 계획은 흐지부지 상태다. 가격이 요동치는 와중에 직접 매수해야 하다 보니 불안감 반 귀찮음 반으로 거의 중단 상태. 역시 속 편하게 예금/채권이나 들어야 할까 싶다.
3. 자산
지난달 트럼프 덕에 폭락했던 자산은 한 달 만에 거의 원상복구 되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애널리스트가 떠드는 대로 미국 자산 매도 타이밍이다, 중국을 담아라, 등의 권고를 나오는 대로 수행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린 것보다 좋았을 거 같지는 않다. 물론 운 좋고 눈치 빠른 누군가는 오르고 내리는 와중에 수익을 내기도 하겠지만, 그런 깜냥이 안 되는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잊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보통 1년 이상 가지고 있는 것을 장기투자라고 부르던데 내게 1년은 단기 트레이딩이다.
주식이 폭락했을 때나 자산 증가세가 멈추어 있는 것을 볼 때면 역시 직장인일 때가 조금 그립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면 지금쯤 자산이 얼마가 되었을 텐데 라는 생각. 주식 좀 사라져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샀을 텐데 라는 생각.
4. 물가
요즘 자주 투덜대지만, 물가 오름세가 놀랍다. 항목별로 다르지만 마트에 가면 어느 것은 순식간에 30% 정도 오른 것이 다반사다. 2천 원 하던 게 3500원, 3천 원 하던 게 4천 원 이상 등. 개인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은 6천 원에서 시작하고 7-9천 원 도 흔한 수준.
5. 전문성에 대한 생각
일하고 싶다. 회사를 다니고 싶지는 않고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고 만연한 '가짜 노동'을 하고 싶지도 않지만,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이 멋있어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 근데 이런 조건에 맞는 일은 없다. 무엇보다 내가 과연 전문성을 가진 사람인가 고민하게 된다. 전문성 없는 사람이 회사라고 하는 저절로 굴러가는 조직에서 나왔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그 이전에 왜 나는 20여 년을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지 못했을까. 쉽게 지겨워하는 성격이라 그렇다. 처음에는 뭐든 남보다 빠르지만 반복을 너무 싫어해서 이내 다른 일을 찾는다. 회사에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자리도 있긴 하다. 제너럴리스트라 불리기도 하고, 아무도 안 해본 일을 규칙이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안정되고 조직이 커지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에 갔었다. 말이 살짝 어눌할 정도로 노쇠한 상태였다. 노쇠한 상태에서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수십 년간 한 가지 일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 부럽다.
매일매일은 무료하다기보다는 바쁜 축에 들긴 하지만, 전문성 없이 시간 때우는 여가생활을 보내다 보니 소위 깊이 없음에 대한 자괴감이 종종 찾아온다. 도서관에 가면 가끔 갑갑한 기분이 든다. 하루에 한 권씩 읽는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여기 있는 책을 1/10도 못 읽고 죽겠구나. 책은 계속 나오니 계속 뒤처진다. 사회가 발전한다고 해도 나 개인의 지식은 중세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이 아닐까. 중세시대인은 자급자족 능력이라도 있었지.
그런데 뭐 이제 와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 같은 사람도 어떻게 잘 살아봐야 하지 않겠나.
6. 지구복사
날이 따듯해졌다. 해가 저물 무렵 돌담길을 걸으니 옆에서 후끈한 열이 느껴진다. 말로만 듣던 지구복사를 처음으로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