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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가계부

by 소소

4월 생활비 400,829원.

내년에는 관리비와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 예산을 늘려야 한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이다. 아니, 수입은 줄고 지출만 오르는 세상이다.

식비를 30만 원 이하로 줄이기가 쉽지 않다. 주식비는 가능한데, 외식, 커피, 간식 비용 때문에 초과한다. 쓸모없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내가 이 정도도 못 쓰나,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싶은 마음에 지르게 된다. 막상 쓰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백수 생활 초기에는 정말 좋은 것에만 돈을 쓰자 결심했었는데, 제버릇 개 못 준다더니, 어느새 시간 때우려고 그저 그런 것에 사용하는 돈이 조금씩 늘어난다. 저가 커피 가게에서 맛없는 커피를 마시며 시끄러운 소음 속에 1-2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오는 거 말이다. 집 앞에 좋은 곳이 없어서, 갈 곳이 없어서,라고 핑계를 대고는 있으나... 돈을 쓰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게 어지간한 의지로는 참 어렵다. 돈 개념이 없던 아주 어렸을 때의 마음을 떠올려 보려 하지만 잘 안 된다.


예전에, 주말 출근이 없는 날에 아파트 단지 테이블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야외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한 게 아니고 사무실에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행복했던 거겠지. 역시, 순간의 행복을 위해서는 적당한 불행이 필요하다.


생활에 특이 사항은 없다. 작년에 하던 취미는 흥이 가라앉아 중단하고 몇 가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데 열심히 하지는 않고 설렁설렁 가볍게 시간 때우기로 하고 있다. 취미가 깊어져서 새로운 직업이 되는 일은 안 생길 거 같다.


벌써 2년도 안 되어 업계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다. 옛 동료들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모르는 용어가 많이 나온다. 기존 업계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세상의 기술 흐름에서 이렇게 쉽게 밀려난다는 게, 나이 든 이후를 생각하면 좀 두렵다.


자산 평가액은 가끔씩 원상 복구가 되는 듯하다가도 다시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국공채를 구입하고는 있으나 수익률이 좋지는 않다. 4월에 1억, 5월에 3천5백만 원어치 채권을 구입했다. 요즘 좀 특이한 것은, 장내거래에서 꽤나 자주 민평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가 된다는 점이다.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지하는 것인가, 아니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늘어난 것인가.


동네 문 닫는 매장이 늘어나고, 2-3년째 공실인 상가도 보인다. 그러게 세입자 있을 때 잘해주지 그랬어요, 생각한다. 쿼바디스, 세상이 어디로 가려나. 아, 세상이 문제가 아니고 내 인생이 어디로 갈지가 궁금하다. 봄이 다시 올 것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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