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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에어컨

by 소소

7월 4일, 에어컨을 틀었다.

생각보다 금세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서, 냉기가 약해서,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설마 고장 난 것인가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서서히 방온도가 내려간다. 휴, 올여름은 무사하겠구나.


여름이 괴로운 것은 높은 습도와 정체된 대기 때문인데, 그동안 하루 정도의 고비가 있었을 뿐 의외로 불편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서큘레이터 바람을 약하게 틀어놓은 채 침대에 누워있으면 여름 동남아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다행히도 공기가 맑아 계속 창문을 열어 놓고 지냈다. 집안 온도는 30도 전후를 오가지만, 크게 덥지도 않고 땀이 흐르지도 않는다. 다만 자고 일어나면 얼굴 피부가 팩이라도 한 듯 촉촉하다. 건조한 피부가 촉촉해졌으니 좋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열이 나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불쾌함이 없다. 마루 바닥이 눅눅해서 청소포가 쩍쩍 달라붙는다는 것 정도가 기묘할 뿐.

우습게도, 오늘은 근래 가장 덥지 않고 견딜만한 날씨다. 온도가 살짝 내려갔고 구름이 많고 습도도 과하지 않다. 그런데 묘하게도, 쾌적한 날에 더 쾌적해지고 싶어서, 이 쾌적함을 조금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아서, 빨래를 너느라 부산히 움직이다가 에어컨을 틀었다.

몸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듣기로 습도가 높으면 몸의 항상성 유지 기능이 떨어진다니, 몸이 고생하지 않도록 최적의 온습도를 만들자.

막상 에어컨을 켜니 쾌적한 듯 쾌적하지 않다. 온도와 습도가 내려가 쾌적한 듯하면서도, 열려 있던 창문을 닫으니 알 수 없는 갑갑함이 밀려온다. 집에 에어컨을 틀어 놓은 채 나는 나가서 놀이터를 서성이다 들어왔다. 역시 너른 바깥의 순환하는 공기가 더 좋다. 적절한 고온 다습,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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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없는 한 달을 살아보려 했는데 5일을 남겨두고 오늘 다짐을 깼다. 그때그때 조금씩 사다 보니 집에 쟁여 놓은 여분의 음식이 없는 상태에서, 몸이 안 좋아 뭘 사다 해 먹을 힘이 없어 급히 간편식을 주문했다. 무료배송 금액에 집착하지 않고 딱 필요한 것만 주문했다. 배달비는... 약 값이라고 생각하자.

막상 주문한 물건을 받고 나니 입맛이 없다. 그냥 두유나 마시면서 내일까지 버틸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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