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병상련
동병상련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동병상련은 종묘 옆에 있는 전통차와 다과를 파는 카페이다. 1999년부터이니 26년이 되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 아니고 동병상련(同餠常恋). 국가무형유산 궁중음식 이수자가 운영한다. 국가무형유산은 보유자 - 전승교육사 - 이수자 - 전수자 등급이 있는데, 이수자부터는 국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기능보유자는 단 2명. 국가무형유산을 찾아보다 보니 좀 안타깝다. 보유자가 없는 종목도 있고, 어찌어찌 명맥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일상과 유리된 멸종위기종 같은 처지가 애처롭다. 하긴, 현재 출산율로는 한국인 자체가 멸종한다지, 이 생각을 하니 의외로 애석함이 좀 사라진다.
발단은 경복궁 집옥채에서 전통떡에 대한 책을 보면서였다. 흔하디 흔한 떡이 아니었다, 내가 먹던 떡과는 다른 떡이 한가득 있었다. 억울하다. 나는 한국사람인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한국떡이 이렇게 많다고? 동네 떡집에서 보기 힘든 떡을 찾아 동병상련으로 갔다. 쌍화차와 떡 몇 가지를 고르니 이만 원이 넘는다. 흑, 흔치 않은 단아하고 고급진 맛에 충분히 만족하지만, 그래도 참 비싸다. 떡이었으니 그나마 이만 원이지, 정과, 다식, 한과를 고르면 값이 훅 올라간다.
문득, 7월에 준다는 민생지원 소비쿠폰이 생각났다. 어느새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빨리 받고 싶다. 빨리 주세요. 2차는 못 받겠지만 1차에 받는 15만 원만 해도 한 달 생활비의 1/4이니 상당하다. (요새는 모든 금액을 생활비 60만 원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15만 원을 받으면 뭐에 쓸지 두근대며 기다린다. 그래봐야 동병상련에 오면 서너 번에 다 써버릴 것 같지만. 받기도 전에 먼저 설레발치며 은근히 씀씀이가 느는 것을 보니, 소비쿠폰의 소비진작 효과는 확실하다.
지금 ‘Why We can't Afford the Rich'를 읽고 있는데 첫 장부터 뜨끔 찔린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에 내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노동으로는 월 15만 원도 벌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또 한편 불로소득으로 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착취하는 시스템에 편승하는 것이라서.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노동을 하며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남보다 빠르게 중단하긴 했어도 20여 년 정도는 충실히 일했는데요, 초과근무 시간을 고려하면 30년 넘게 일한 셈이니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