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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가계부

첫 번째 위기!

by 소소

위기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고 처음으로 예산을 초과했다. 생활비 지출 917,172원.

그래, 이래야 현실감이 있지. 그동안 너무 돌발상황 없이 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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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자동차 수리비)와 건강(몸 수리비)에 예상외 지출이 있었다. 예상외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다. 자동차와 내 몸이 언젠가 고장 날 것은 100%의 확률이되 다만 그 시기와 액수를 모를 뿐이니.

다달이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니 연간 비용에 기입하여 장부(?)를 멀쩡하게 만들고 싶은 유혹이 있었으나, 처음 계획대로 병원비와 자동차 유지비는 생활비에 포함시켰다. 생활비 이외의 항목은 거진 고정된,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을 정리한 것이고, 생활비라 부르는 것은 변동비다. 내 선택과 노력에 따라 줄일 수 있는 비용.


작년에 생활비에서 아낀 금액이 120만 원 정도이고 올해도 아직 55만 원가량 흑자이니, 앞으로 175만 원 정도 초과 지출을 해도 위기는 아니다. 역시, 언제 돈 들어갈 일이 생길지 모르니 별 일 없이 평온할 때 최대한 아껴야겠다. 슬슬 마음이 헤이해지던 차에 경종을 울리니 사실 조금 억울하다. 헤이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랄까.


실손보험료도 오르고 재산세도 오르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인상도 예고되어 있으니, 월급, 아니 이자배당 빼고 다 오른다. 역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사실 오퍼를 몇 개 받긴 했는데 아무리 봐도 나를 갈아 넣어야 할 자리라 고사했다. 그런 자리밖에 없다. 이 나이에 굳이 연락이 온다는 건 사람을 구하다 구하다 못 구한 자리라는 뜻이다. 사람이 없으니 구직자가 갑이 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진 않다. 계약할 때까진 갑일지 모르겠으나, 일단 들어가면 인력이 부족해서 힘들고 회사는 어떻게든 준 돈의 몇 배를 쥐어짜려 해서 힘들다.


피아노

여가 비용 5천 원은 피아노 연습실을 한 시간 대여한 금액이다. 갑자기 피아노를 쳐보고 싶어 져서 인터넷에서 악보를 받아 프린트한 후 덜컥 예약했다. 어렵지 않지만 듣기에 그럴듯한 곡을 고르는 것이 관건. 악보를 어찌어찌 읽으면서 뒤뚱뒤뚱 딩동거렸다. 예상보다는 그럴듯하게 들려서 기분이 좋았다. 옆 방에서는 입시 준비하는 친구들이 화려한 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나 혼자 딩동거리고 있자니 조금 쑥스럽기는 했다.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럴듯하게 치려면 너덧 시간은 연습해야 할 것 같으니, 종종 커피숍 대신 피아노 연습실로 가야겠다. 시원하고 24시간 열고 무료 커피와 과자도 있다!


자동차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리비와 세금과 보험료를 합치면 얼추 차량가액을 초과한다. 이번 차가 내 마지막 차가 될지도 모르겠다, 폐기하고 나면 차를 새로 사지는 않을 것 같으니. 뭐, 나이 더 들어 내 팔다리로 움직이기 힘들어지면, 아마도 그때쯤엔 상용화되었을 자율주행 차량을 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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