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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페이백 & 시내

by 소소

9월 상생페이백 10만 원이 들어왔다. 병원비가 많이 나간 덕에 쉽게 한도가 찼다. 막상 비용의 팔 할 정도는 다시 실비보험으로 보전받았으니, 소위 개꿀? 이거 받으려고 소비를 더 늘리진 않았지만 기왕이면 소상공인 매장을 가려고 노력하게 되더라. 어쩌면 생각보다 정책의 효과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3개월이면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니. 습관적으로 대형마트에 가고 배달을 시키는 것 이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으며 그게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오래간만에 시내 구경을 나갔다. 평소엔 예쁘고 분위기 좋은 길을 찾아다니는데, 오늘은 그냥 생활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꾸밈없이 삭막한 길을 걸었다. 이리저리 걷다 보니 하루에 한 개나 팔릴까 싶은 노점상들이 보이고, 바닥에 구부정하게 앉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가래떡을 연탄불에 정성껏 뒤집어가며 굽는 아저씨도 보인다. 대로변을 따라가다 보니 재활용 쓰레기 수거장이 나타났다. 산처럼 쌓은 쓰레기더미와 담장 위에 턱을 올리고 있는 풍성한 플라타너스 나무 한 쌍. 홀린 듯 보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니 가로수들이 정말 잘생겼다. 여름의 기운을 먹고 이제 생명력이 최고점에 다다른 나무들. 문득, 인간이 멸종하더라도 이 멋진 나무들이 살아남는다면 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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