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여 년간 대체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왔고, 이 전략 아닌 전략은 그동안 꽤 유효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자산은 증가했고, 행여나 기민하게 시류를 읽어 뭔가를 대응해보려 하면 손해를 봤다.
최근 몇 달간은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으니, 바로 예금을 채권으로 변경한다. 예금 금리가 떨어진 것이 첫 번째 이유,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야겠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예금과 중금채가 만료될 때마다 채권을 구입한다. 채권을 고를 때는 주식 종목을 고를 때만큼이나 두근댄다. 절반은 잔존기간 3-5년의 채권을 구입했다. 만기 수익은 예금보다 높고 과표는 예금보다 낮으니, 엄청난 수익률은 아니지만 기존의 예금보다는 진일보한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절반은 장기채에 투자했다. 앞으로의 예금 금리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만기까지 가져가면 적어도 지금 예금금리만큼은 되니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했고, 내심은 만기 전에 금리 인하로 매매차익을 크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설레발 중.
결론을 이야기하면, 채권 가격이 마구 떨어져서 장기채는 -3%, 중기채는 -1% 정도 손실 중이다. 하, 이게 고작 몇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니, 어차피 살 거 조금만 기다렸다가 샀으면 좋았을 것을.
여기서 심지어 더 떨어질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안 좋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어차피 만기가 되면 1만 원으로 복귀할 테니 중간에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을 굳이 신경 쓸 것은 아니다. 매매차익을 거둘 욕심만 버리면 된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천천히 샀으면 더 좋은 수익률을 얻었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기다리기만 하면 원금 손실은 아니라는 게 어디냐.
뜻밖의 배움을 얻었다. 정말로 주식이 오르니 채권이 떨어지는구나. 아하, 이런 거구나. (요즘은 상호 보완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분산투자로서의 채권의 효용이 많이 떨어졌다고.) 그래, 개미 눈곱만큼이지만 이렇게 몸으로 배운다. 다음 언젠가 시장이 흔들릴 때는 리밸런싱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