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종종, 지난번 꿈 내용에 이어지는 꿈을 꾸곤 했다. 같은 내용의 꿈을 반복해서 꾸는 일도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꿈을 꾸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는데, 최근에 몇 번, 같은 장소가 나오는 꿈을 계속 꾸었다. 어릴 때 살던 동네의 오래된 상가건물이 나온다. 여기에 몇십 년째 장사하는 카페가 있다. 건물 2층에 한쪽 모서리를 따라 좁고 길게 ㄱ자로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갈색 나무 창틀과 가구가 인상적이다. 건물 바깥쪽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창문을 열어 놓으면 테라스 같은 느낌도 난다. 가게 주인들도 나이를 먹어, 가게 영업시간이 들쑥날쑥하다. 매번 헛걸음을 한다. 매번 꿈에서 가게를 찾아 가지만, 열린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에는 아무도 없다. 이러다가 가게 영업을 접는 것이 아닐까, 그전에 한번 와봐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동네와 그 상가건물은 고증이 잘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가게는 현실에 없다. 꿈속에서 느꼈던 그리움은 대상이 없다.
가끔 한 특징적인 장소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 장소가 과거에 방문했던 장소인지 꿈에서 반복해서 보았던 장소인지 모호하다. 어떤 날은 지하에 있고 어떤 날은 야외에 있는 것으로 보아 꿈이었을 확률이 크지만 내가 분명히 현실에서 한번 방문했기에 모티브가 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을 꿀수록 현실의 기억이 부스러지는 것 같다. 조금씩 변하고 꿈으로 뒤덮이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