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느리게 가는 마법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아쉬울 때는 무지출 챌린지를 하라. 하루하루 더디게 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아직도 13일이 남았다. 끄악.
오늘 아침엔 늦잠을 잤다. 볼일이 있어 아침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다행이다 한 끼 벌었다'. 늦잠을 잔 날은 보통 입맛이 없는지라, 오후 1시가 되기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계란을 샀는데, 집에 도착하니 막상 계란프라이 하기도 너무 귀찮아 렌틸콩 햇반과 비엔나 120g, 상추 30g, 견과류 한 줌을 먹었다. 이렇게 경박단소하면서도 탄단지 잘 챙겨 먹다니, 훌륭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곧 비용이 떠올랐다. 햇반 2,000원, 비엔나 1,450원, 상추 350원, 견과류 1,000원, 도합 4,800원.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 경박단소하여 포만감은 없는데 저렴하지는 않다. 이거 이거 하루 3천 원으로 살기가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 맞나? 전기밥솥을 사서 밥을 해 먹으면 좀 저렴하려나? 잡곡은 꽤 값이 나가던데. 돼지고기 저렴한 부위를 사도 100g에 1,600원은 하고 동물복지 계란 개당 3~400원, 두부 한모 1,000원. 단백질 섭취를 하려면 더 낮출 수가 없다. 상추를 길러먹을까? 가성비 좋은 콩나물과 양배추만 먹어야 하나?
새삼 부모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상한 부모든 아니든, 사랑을 받았든 아니든, 밥해먹이고 옷 입혀서 이십 년 키운다는 게 중압감이 보통이 아니겠다. 그뿐인가 철없이 이것저것 비필수 소비재 사달라고 조르는 얼굴을 보면, 돈은 빠듯하고 안 사주면 짠하고 어휴 속이 푹푹 썩을 거 같다. 나만 해도 어릴 땐 집에서 잠옷을 입었는데, 지금 내 손으로 잠옷을 사려니, 아니, 뭐 이렇게 비싸, 늘어난 티셔츠 입고 자면 되지 돈 아까와서 못 사겠다. 어머니 아버지, 늦었지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