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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02. 2023

10년 간 적립식 투자를 했다면?

미래에셋증권에서 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가 나왔다는 홍보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 빈번하게 트레이딩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식 매수는 꽤 귀찮았다. 호가 한 두 계단 오르내리는 거 지켜보며 눈치싸움 하는 것이나, 매수 걸어 놓았는데 매수가 안 되었을 때의 허탈감. 값이 내리면 비싸게 사서 우울하고, 값이 오르면 아까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 우울하고. 이렇게 휘둘리느니, 그냥 기계가 알아서 매수해 주면 좋겠다 싶었다.


궁금해졌다. 현재 가진 종목들을 10년간 일정 금액으로 매월 적립식 매수를 했다면, 수익률은 지금보다 좋을까 나쁠까? 그래서 2013년 7월 1일부터 2023년 6월 30일까지의 데이터로 간단히 테스트해 보았다. (10년간의 주식 가격은 Yahoo Finance API로 받았다. yfinance python package 사용.)

"현재가치"는 실제 수익률(정확히는 투자금 대비 현재 가치)이고, "10년 적립"은 10년 간 매월 1일 종가로 일정 금액을 구입하였을 경우의 수익률이다. 종목명은 현재 두 배 이상 상승한 것과 10년 적립식 투자가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 것만 표기했다. 적립식 투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항목은 "+" 표시되어 있다.


결과는, 의외로 '적립식 투자 만세!'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10년간, 최근 코로나 기간의 비이성적인 2-3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장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승장에서는 당연히 적립식보다 초기에 투자하고 묻어두는 것이 좋으니까.

종목별 비중이 다르긴 하지만, 개수로 보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딱 절반은 원금보다 올랐고, 절반은 원금을 잃었다. 적립식 투자가 더 나은 효과를 보는 종목은 손실 종목들에 몰려있다. 즉, 적립식은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위험을 낮추어 주는 용도이다. (쓰고 나니 당연한 이야기.)

적립식이 손실을 조금 덜 보게 해 줄 수는 있으나, 안 될 종목은 어차피 안 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다.

'+' 항목들을 되짚어 보면 두 종류로 나뉜다. 1) 애초에 별로 유망하지 않은 종목을 선정한 경우. 2)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부화뇌동하여 고점에서 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매수한 종목들.

물타기의 허점, 수익률 숫자에 너무 연연하면 안 된다. 1000만 원의 -10% 가 100만 원의 -50% 보다 손실이 크다.

결과적으로, 시점과 종목을 예측할 수 없으면 시장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정석인데, 시장 수익률을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언제나 문제이다.


'아이고 적립식 투자할 걸'이라는 후회가 들지는 않아서 나름 위안이 되는 결말이다. 하지만 종목을 고르는 눈이 나에게 없고, 월급이 없는 상태에서 위험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이 좀 안정되면 종목을 몇 개 선정하여 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를 사용해 볼 생각이다.



참고로 계산식은 아래와 같다.

import yfinance as yf

df = yf.download(tickers=' '.join(['AAPL', 'GOOG']),
                           period='10y',
                           interval='1mo').Close
df = df[df.index.day == 1]
현재가격 = df.iloc[-1]

누적매수금액 = df.count()
누적구매수량 = (1 / df).sum()

현재가치 = 현재가격 * 누적구매수량
증감비율 = (현재가치 / 누적매수금액 * 100).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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