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후반, 인터넷과 웹이 뜨면서 정적인 개인 홈페이지 하나쯤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Who am I? '로 시작해서, 'My Favorates', 'Useful Links'로 끝나는 html 페이지들. 지극히 사적이며 별 볼일 없는 내용이었지만 나름 정성 들여 만들었다. 1주일에 한 번씩 배경 음악을 바꾸면서 DJ가 된 듯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다. 마침 그때는 얼터너티브 락이 유행하던 시기였으니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관건이었다. 배경 이미지부터 배경 음악, 내가 좋아하는 (남들이 멋있다고 할만한) 것들의 묶음을 통해 나의 멋진 모습을 나타내보려고 꽤나 고심했다. 말하자면, 인스타그램 감성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횡횡했다. 비록 영양가 없는 짓이었으나, 좋아하는 웹사이트를 link 하는 내 노력이 google의 page link 알고리즘에 참새 눈곱만큼은 기여했을 테니, 현재의 인터넷을 만드는데 내 허튼짓도 일말의 지분이 있지 않을까?
당시, 자랑스럽게 My Favorates 항목에 올렸던 가게 중에 이제는 식상해진 프랜차이즈들이 있다.
파리바게트 - 나는 파리바게트를 압구정에서 처음 보았다. 당시 압구정에는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이 마주 보고 있었는데 둘이 무슨 관계인지는 몰랐다. 에펠탑이 그려진 푸른 간판이 참 멋있었다. 막상 빵 이야기는 한 적이 없으니 그저 파리와 에펠탑 이미지에 혹했던, 요즘 말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가게였다.
뚜레쥬르 - 뚜레쥬르는 파리바게트보다 늦게 생겼다. 처음 본 것은 서초역 근방이었다. 뚜레쥬르라는 신상 빵집이 있다고 지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크루아상에 꿀을 찍어먹으면 너무 맛있다고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꿀을 바르는데 뭔들 맛이 없었겠나.
투썸플레이스 - 강남역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는 까만색의 인테리어였다. 투썸플레이스의 홍차와 케이크가 맛있다고 썼었다. 당시 나는 홍차가 커피보다 더 고급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투썸에서는 TWG 홍차를 판매하고 있으니, 초기 감성이 이어져있는 유일한 가게이다.
던킨도너츠 - 대치동에서 처음 보았는데, 이때 던킨은 내게 소울푸드였다. 커피와 올드훼션드 한 조각을 먹으며 창밖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완벽한 맛, 완벽한 순간이었다.
요즘은 모두 양산빵 이미지라 잘 안 간다. 훨씬 더 품질 높은 (가격도 높은) 개인 빵집과 프랑스 본토 빵집들이 넘쳐나니까. 하지만 프랜차이즈들도 힙한 시절이 있었다. 시작은 다 신상 동네 가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