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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ug 15. 2023

여름 뜀박질

(8월 15일 오후 4시. 33도)


집 앞 산책로 길을 따라 바람개비가 늘어서 있는데 꼼짝도 하지 않고 멈춰있다. 자전거 한 대가 스쳐 지나가자 그중 딱 하나의 바람개비가 살짝 돌아간다.



선풍기에 알록달록한 망사를 씌우던 시절, 머리를 감고 나면 선풍기 앞에 등을 돌리고 앉아 머리를 말리던 시절, 선풍기를 켰다 하면 꼭 한 번은 얼굴을 들이대고 아아~ 소리를 내며 키득거리던 시절.


바람   없는 무더운 여름이면 곧잘 뛰었다. 달릴 때면 바람이 불어와 시원했으니까. 조금  조금  바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뛰었다. 그러다가 멈추면 몸에 열이  올라왔다. 열기 때문에 바람이  간절해지고 그래서 다시 달려야 했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 언젠가는 멈추어야 했고, 잔뜩 달구어진 몸으로 집에 돌아와 '찬물  바가지를 끼얹고' 마룻바닥에 드러누웠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아무리 더워도 샤워는 뜨거운 물에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 샤워를 하고 나오면 기껏 땀을  닦아내고 개운해졌음에도 나오자마자 다시 체온이 오르고 땀이 배어 열기가 가라앉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선풍기 앞에서 아아~ 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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