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주택과 금융소득만 있는 지역가입자
여태껏 지역가입자 건보료 폭탄은 남의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자산은 있으나 현금흐름이 그다지 신통치 않으니 우려가 많이 되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 나올 것 같은데, 딱히 줄일 방법은 없고, 퇴사 직후 즉각 액수가 결정되는 것도 아닌지라 한 달 넘게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고지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고지서는 매월 20일경에 발송되고 자동이체 출금일은 다음 달 10일이다. 자동이체 신청과 이메일고지서 신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앱이나 사회보험통합징수포털에서 한다. 앱으로 확인하면 며칠 일찍 고지금액을 알 수 있다.
직원이 퇴사하면 회사는 14일 이내에 자격상실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가 되면, 바로 지역가입자로 전환이 되고 새로운 건강보험증이 발급된다. 퇴사일이 속한 달의 보험료는 회사가 납부하므로, 나는 그다음 달부터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그러니까 보험료 고지를 받게 되는 것은 퇴사 다음 달 20일 즈음이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11월에 직전 연도의 소득과 올해 재산세 과표를 기준으로 하여 조정이 이루어진다. 즉, 12월 10일에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다음 해에 쭈욱 납부하게 될 금액이다. 작년 소득으로 내년의 보험료가 결정되니, 실 소득과는 거의 2년의 시차가 있다. 직전 연도의 소득이라길래 직장 다닐 때의 근로소득이 포함되어 보험료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전 직장의 근로소득은 제하고 산정하니 괜한 우려였다.
11월 17일에 고지서를 받았다. 349,520원이다. 고지서를 받기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래도 두려워하던 것보다는 많이 나오지 않아 안도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로 낮춘 덕이다. 소득점수와 재산점수는 아래와 같이 산정되어 있었다.
소득점수: 780.785점
재산점수: 706점
이 점수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지역보험료 부과요소별 점수표'를 보면 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민원여기요>민원안내>서식자료실에 있다.
소득점수는 연소득이 x만 원일 때 (95.25911708 + (x - 336) * 0.28350928) 로 계산한다. 식이 좀 복잡해 보이지만 항을 잘 정리해 보면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의 7.09%이다. 재산과 동일하게 점수화시키고 최솟값을 주기 위해 변형한 것뿐이다.
재산점수는 수식으로 표현되지 않고 (주택의 과세표준공시지가 - 5,000만 원)에 해당하는 점수를 표에서 찾으면 된다. 만일 주택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전체 주택의 과표에 지분율을 곱하면 된다. (참고로 공동소유 주택의 재산세는 주택의 세금을 지분으로 나눈 것이다. 주택 가격이 비싸면 세율이 올라가므로 개인이 소유하는 지분 가치보다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제 점수로부터 역산해 보면 내 재산과 소득이 나온다.
재산: 31,300만 원 초과 - 34,900만 원 이하 (29등급)
소득: 2,754만 원
이는 올해 내 재산세 고지서에 나온 과표와,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확인한 작년도 금융소득 액수와 같다. 혹시나 공단이 실수하여 보험료가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기대해 보았지만,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산정 방식에는 불만이 좀 생기지만 근시일에 바뀔 것 같지 않으니 포기하자.
고용주가 절반 부담하던 것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금융소득과 재산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이면 좋겠다.
참고로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계산해 볼 수 있다. 내가 처음에 혼란스러웠던 것은 소득과 재산에 정확히 어떤 값을 넣어야 할지 확신이 없어서였다.
국민연금은 건강보험보다 여러모로 처리가 좀 느슨하다. 사업장 가입 자격을 상실했다는 통보가 먼저 뜨고 1주일 있다가 지역가입자로 변경되었다는 통지가 온다. 그러고 며칠이 또 지나면 지역가입자 자격취득 신고서가 온다. 공백기가 드문 드문 있는 것이다. 취득 신고서를 받으면 월소득을 신고하던가 아니면 납부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3개월 후 자동으로 납부예외 처리된다.
모바일 앱으로 바로 신고가 가능하지만, 어차피 시간도 많고 몇 가지 확인해 보고자 국민연금 지사를 방문했다. 지사는 방문자가 별로 없어 한산했다.
Q: 퇴사 후 소득활동을 하지는 않으나 납부 예외 대신 최저 금액으로 가입하고 싶다.
실 소득보다 높게 입력하는 것은 상관없으므로 월 소득액을 임의로 신고하면 된다.
Q: 최소 가입금액은 얼마인가?
9만 원, 즉 월소득을 100만 원으로 입력하면 된다.
Q: 납부하다가 부담이 되어 중단하고 싶으면 그때 다시 납부 예외 처리를 할 수 있을까?
소득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Q: 내가 단기 알바나 프리랜서로 비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금액이 크면 공단에서 소득액을 증가하라고 연락이 갈 것이다. 개인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안내문이 눈에 잘 안 띌 수는 있으니 잘 보시라.
국민연금은 소득에만 부과된다. 건보료와 마찬가지로 11월에 종합소득세 신고 기준으로 소득을 추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 건강보험과 달리 국민연금에서 말하는 소득액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이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자동이체 등록을 하고 나니, 직장은 없어도 건실한 사회인이 된 기분이다. 소심하게 뿌듯해해 본다. 내년 한 해 지출이 명확해져서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