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30년 넘게 고질적으로 가지고 살아온 발톱 무좀과 축농증이 병원을 다니자 몇 개월 만에 어이없이 쉽게 나아버렸다. 태어난 지 40년이 한참 지나서야 이제야 내 삶을 산다고 느낀다.
지금 생각하면, 수십 년간 발톱이 부서지고 발톱깎이로 파내고 잘라내고 하는 와중에 내성 발톱으로 변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했지만 - 약국에서 파는 바르는 약, 목초액, 티트리오일 등 - 아무 효과 없었는데, 레이저 치료로 너무 쉽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다시 생기지 않을 거란 믿음에 이제 맨발로 운동화를 신기도 한다.
그리고 역시 수십 년간 의례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던 축농증도, 이비인후과 약물 치료 한 달도 안 되어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 숨을 쉰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나 그동안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지. 잠도 훨씬 푹 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아프지도 않다. 밥을 먹는 것도 수월하다. 주변 사람 신경 쓰이게 훌쩍거리지도 않는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불편하게, 고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어릴 땐 어려서 모르고, 젊을 땐 돈이 없어서 모르고. 이제라도 남들만큼 정상이 되어서 다행이다.
자식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는 요즘 세대는 다르겠지만, 나 때만 해도 부모가 먹고사는 필수 생존 이외에 아이의 감정을 신경 써 준다거나 죽지 않는 질병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발톱이 망가지고 킁킁거리는 것을, 너는 왜 그러냐고 듣기 싫다고 그저 타박하기만 했지.
내가 나이가 들고 독립하고 스스로 내 몸을 챙기게 되는 것이 좋다. 30, 40 나이를 먹을수록, 더 독립적이게 될수록, 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질수록 나를 아끼고 몸이 편안해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