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료 상영회 티켓을 받아서 보러 갔다. 장르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판타지더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칭찬도 하지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선생의 말처럼, 바라보는 것 이외에 달리 뭐라 말을 얹기가 어렵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뒤에서 선생의 행동을 시시비비 평론하는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주제파악 못 하고 입 털기 좋아하는 놈은 어디에나 있구나. 자기를 내세우지 않았다, 늘 구석에 앉는다, 밝히지 않기로 약조했지만 이대로 두면 누군가가 공을 가로챌 테니 밝혀야겠다, 말하던 주변인들의 녹취가 다시 겹친다.
감사한다. 베푼 것들 만큼이나, 당신이 불행하지 않게 살아주어 감사한다.
노환이 와도 이상하지는 않은 나이이지만, 선생의 걸음걸이나 표정, 몸짓이 병을 떠오르게 해서 안타깝다. 부디 아니기를 바란다.
존경스럽지만 그렇다고 그에 감명받아 나도 그렇게 살겠다고는, 빈 말로라도 다짐하지 못하는 내 얄팍한 마음이 껄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