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취미 사이
건강보험료에 대해 고민하다가, 1인 법인을 세워 직장가입자가 되어볼까도 잠깐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금융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종합과세가 될 터이고 회사가 부담하는 절반도 내가 내는 것이니, 결국 재산 보험료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내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서 쉽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것이 탈세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좀 애매한 것 같은데, 창업진흥원에서는 개발자의 1인 법인설립을 열심히 홍보하고 혜택도 주고 있으니, 결국 진지하게 일을 하고 싶으냐, 이름만 걸어놓고 건보료를 줄이려는 목적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나는 일은 하고 싶지만 사업 확장에 진지한 것은 아니고,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만 과로하지 않는 선에서 할 생각이라 사실상 소득은 거의 없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 의도했든 아니든 탈세 목적에 가까워 보이기 십상이다.
결국 번거로워서 안 했다. 법인을 설립하려면 일단 사무실 계약을 해야 하고, 정관을 만들어야 하고, 세법도 알아봐야 하고, 이것저것 서류 처리할 것이 있는데, 귀찮았다. 게다가 잡다하게 관심 가는 게 많아서 뭘 하고 싶은 것인지 한쪽으로 마음을 정하지도 못했다.
개발자가 1인 법인 설립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쉽고 간결한 형태는 '유한책임회사'이다. 애초에 청년 소규모 벤처 창업을 지원하고자 나온 형태이다. 그 외에는 1인 법인이라 해도 설립등기 시에 최소 2명이 필요하다. 등기 후에 사임할 수 있지만,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1명의 이사를 구하는 것이 아무래도 번거롭다.
직장인이 아닌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은지라, 언젠가 경험 삼아 한번 해보기는 할 것 같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발표했을 때 취미로 앱개발 하겠다고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친구들이 주변에도 많이 있었는데, 나는 그조차도 해본 적이 없으니 나는 정말 좁은 세상만을 보고 살았다.
사실 주말 이틀 정도에 뚝딱 작은 웹서비스를 만들어보았다. 호스팅을 할 것은 아니니 재미로 해 본 것인데, 역시 회사에서 주는 압박감이 없으니 재미있으면서도 무언가 김 빠진 느낌이다.
법인, 1인 법인의 로망은 뭐니 뭐니 해도 전망 좋은 통창 사무실이 아닐는지. 그러려면 좀 더 부자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