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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Dec 06. 2023

독서, 그리고 100세 현금흐름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꽤 유명한 책이었던 것 같은데 뒤늦게 보았다. 책이 술술 읽혀서 오전 중에 다 읽었다. 저자의 남편도 은퇴 에세이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했다고 한다. 동일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니 재미있을 것 같다.


제일 먼저 떠오른 감상은 부부라서 부럽다는 생각. 큰 결정을 할 때 함께 논의할 수 있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고,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무슨 일을 하든 보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게다가 연금도 둘이 받으니 넉넉하겠다.

그리고 내심 반가웠다. 일만 열심히 했지 예적금 외에는 돈을 모을 줄 모르던 대기업 직원의 삶,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구나. 워낙에 SNS에서 주식, 코인, 부동산을 떠들어서 과대표 된 것이지 내가 크게 뒤떨어진 것은 아닐 수 있겠구나. 돈을 크게 벌기보다는 소비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 소소하게는 엑셀과 기획안을 좋아하고 국민연금 추납을 하는 것까지. 나보다 부지런하고 반짝이는 사람들이지만, 혼자 내적 친밀감을 느껴본다.

나도 비자금 통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사람 만나는 것은 비자금통장으로 해결해야겠다. 그렇지 않고 생활비 안에서 쓰려고 하면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기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비싼 걸 주문하면 신경 쓰이고 내가 조금 더 많이 내면 마음에 담아둔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쪼잔한 이유로 고립되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책을 읽고 문득 모든 공적연금을 포함하여 100세 현금흐름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기 계획만 세웠지 60세 이후 어떻게 살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위와 같은 형식으로 100세까지 펼쳤는데, 결론은, 괜찮은 것 같지만 애매하다. 미래예측은 결국 물가 상승과 투자수익에 따르는 것이라,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확 달라진다.

물가상승률은 2%로 고정했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 세후 월 100만 원을 시작으로 이후 물가상승률 2%만큼 상승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런데, 인구구조 변화로 이 가정이 지켜질지 알 수 없다. 

주택연금은 70세부터 실수령 월 2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 또한 집값과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퇴직연금은 55세부터 14년간 인출한다.

주 생활비 자금인 중금채 금리는 2030년까지는 4~3%, 그 이후로는 2%로 가정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물가상승률과 동일하게 2%로 가정했다. 

내 생활비는 매년 4%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지금의 내 생활방식이 굳이 더 절약할 것이 없을 정도의 상태이기도 하고, 세금 증가와 노후 병원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4%는 타당해 보인다. 

주식 상승, 주식 배당, 추가적인 채권 투자 수익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정하면 60세 이후 예금을 조금씩 인출해 가며 살다가 100세 시점에 예금 잔액을 다 사용한다. 여태껏 없는 셈 쳤었는데, 이리저리 계산해 보니 주택연금과 국민연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만일, 생활비 상승이 물가상승과 동일하게 2%라면 원금에 전혀 손대지 않고 살 수 있고, 100세 시점에 예금은 20억 넘게 불어난다. 아주 행복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건 어쨌든 죽는 날까지 스스로 화장실은 다닐 수 있는 상태로 내 집에서 생활한다는 가정이라, 미래에 얼마나 내가 운이 좋을지는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노후 대비 첫 번째는 돈이 아니라 건강이라는 사실이 확 뼈저리게 와닿는다. 아, 운동하러 가야겠다. 그리고 다치지 말아야지. 

 

적어도 10년쯤 지나 봐야 거시적인 흐름을 조금이나마 예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전까지는 마음 놓지 말고 지출을 줄이고 투자수익을 올리고 새로운 일을 찾아 소득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자산수익률 2%가 너무 안일한 것일 수 있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았다. 유명한 배당주를 샀다가 가격이 -70%까지 떨어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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