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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Dec 09. 2023

인플레이션, 그리고...

잡다한 생각. 결론은 알 수 없음.

100세 현금흐름을 작성해 보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추정해보고 싶어 데이터를 찾아보았다. (지표누리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가져왔다.)


100세 시점에 내 생활비는 얼마가 될까?

2,000만 원이라고 하면 혀를 내두르지만 또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과거 50년간 물가지수가 10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200만 원이 2,000만 원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증가세가 70년대의 높은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싶으면, 물가상승률이 잦아든 1982년부터 2022년까지 4배 상승한 것을 기반으로 계산해 보자. (1+x)^40=4. 연평균 3.5% 상승이다. 50년 후에는 5.6배가 되니, 지금의 200만 원은 1,120만 원이다. 적정 인플레이션 2%를 적용하면 2.7배, 540만 원이다. 가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미래는 지렛대처럼 크게 벌어지니, 어렵다.


그런데, 통계조차도 완전히 의지할 수는 없는 것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물품을 넣고 빼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개인이 실제로 체감하는 생활비용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사람마다 소득증감과 주요 소비 품목이 다르기도 하니,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직관적이지는 않다. 게다가 조금씩 변화하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을 두고 보면 헉하고 놀라지만.


물가상승은 항목별로 상승률이 다르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 한 구석에는 짜장면 500원, 탕수육 5,000원이라는 숫자가 있다. 주위에 물어보면 70년대에 500원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80년대 후반까지 500원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2,500원짜리 탕수육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동네와 가게마다 가격이 다르기도 했을 거다. 지금도 7천 원짜리 짜장면부터 2만 원짜리 짜장면까지 다양하니. 기억이란 쉽게 왜곡되니 온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시기가 각기 다를 수는 있어도 그런 숫자가 실존했던 적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짜장면이 10배 오르는 동안 탕수육이 10배로 오르지는 않았다. 탕수육은 지금도 2만 원 대에서 먹을 수 있으니, 짜장면 가격에 이입하는 사람은 물가가 10배 이상 오른 것이고, 탕수육 가격에 이입하는 사람은 4-5배 오른 것이다. 어차피 둘 다 매일 먹는 음식은 아니니 상징적인 물가이다.


잊히지 않는 숫자가 있다.

100원에 떡 10개를 주던 포장마차 떡볶이를 기억한다. 돈이 없을 때면 10원에 떡 1개씩을 먹기도 했었다. 지금 감탄떡볶이 1인분이 3,500원이니 떡볶이 가격은 35배 올랐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물가가 올랐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100원으로 떡볶이를 먹던 시절을 살았다는 게 오히려 생경하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학교 앞에 양배추가 들어간 푸짐하고 고급스러운 500원짜리 쟁반떡볶이 집이 생겼다.

  

역시 국민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점에, 20원으로 집 앞 구멍가게에서 초콜릿 한 개를 살 수 있었다. 이건 당시로서도 특이한 경우였기 때문에 기억한다. 유리병에 낱개로 은박 포장된 하트 모양의 초콜릿이 들어있었는데, 아마 봉지로 파는 것을 주인아주머니가 병에 담아 하나씩 팔았던 것 같다. 반 친구가 자랑스럽게 '야, 20원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있어'라고 알려 주었었다.   


물가보다 중요한 소득

물가가 얼마나 오르든,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이다. 액면가가 얼마인지보다 그 금액을 지불할 때 비싸다고 느끼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요즘 SNS를 보면 내가 보기에 비싼 것을 저렴하다고 말하니 기준점이 또 올라갔구나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요즘 청년은 취업도 힘들고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거라는데, 어린 시절부터 그런 가격이 당연하다 보고 살아왔으니 앞으로 박탈감이 커서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1인 가구소득은 저임금 노동자일 확률이 높아서 그리지 않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지만, 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물가만큼 정규직 소득은 오른 듯하다. 대졸초임은 80년대까지는 대기업들이 담합하여 임금 인상을 억눌렀다고 한다. 그래서 물가 상승 대비 낮은 인상률을 보인다. 97-98년도는 IMF로 인해 임금삭감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삭감되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시절에도 내 직장은 해고되는 사람 없이 월급이 꼬박꼬박 나왔기에, 나는 그저 예금금리가 조금 올랐다는 정도로만 사태를 인지했었다.


실질임금이나 가구소득의 상승이 물가지수 상승보다는 높아 보인다. 과거보다 생활 수준이 많이 올라갔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해외여행, 건조기, 스타일러, 스마트폰, 태블릿 등, 예전에 소비하지 않던 것을 추가로 소비하는 세상이니 더 풍족하게 살게 된 것은 맞고, 그러니 월급이 올라도 사는 건 퍽퍽하다 느낄 게다.


50년 후 얼마를 벌어야 할까?

인터넷에서 1975년 직종별 월급여액 기사 사진을 보았다.

4년 차 교사 월급이 9만 9천 원이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 봉급표를 보면 2023년 교육공무원 4호봉 월급은 188만 원이다. 48년간 20배 증가했다. 증가세는 놀랍지만 공무원 월급은 역시 너무 박봉이다.

저 시절에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게 신기한데, 월급은 10만 5천 원이었다. 3년 차면 지금 500만 원은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바, 50배 상승했다.

국회의원은 87만 원에서 1,300만 원으로 15배 상승했다.

[좌] 1975년 직종별 월급여 (주간경향). [우] 1984년 대기업 대졸 초임 (동아일보)


고소득 직종은 세월에 따라 변하기 나름이니, 특정 직종의 상승세를 보기보다는 대기업 대졸 초임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84년도 대기업 대졸초임이 30만 원대였다. 지금은 400만 원 정도로 추정해 보자. (평균 추정은 어렵다. 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과 평균은 언제나 많이 다르니. 2022년에 사람인이 조사한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5,356만 원이었다.)

변동세가 지수함수라면, 39년간 매해 6.87%씩 증가한 것이다. 30 * (1 + x)^39 = 400. 동일한 속도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50년 후에는 400*(1+0.0687)^50 = 1억 1,087만 원이다. 음, 곤란하다.

그냥 선형으로 증가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50년 후 874만 원이다. (매해 370/39만 원 증가)

그냥 적정 인플레이션인 2%씩 증가한다고 치자. 1,076만 원.

과거는 잊고, 나라가 안정된(?) 1996년부터 보자. 4.56%의 상승률이다. 어라, 그럴듯한 수치이다. 대기업 재직 시 자주 보던 연봉인상률이다. 경제성장률보다는 높지만 직원들은 불만인 그런 숫자. 이 추세면, 50년 후 대졸초임은 3,718만 원이 된다.

아, 이리저리 고민해 봐야 아무런 의미 없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핵심 소비자 물가지수이다. 이렇게 보니 대략 80년대부터 코로나 직전까지 40년 간은 참으로 평온한 시절이었다. 앞으로의 세월이 지수함수일지, 로그함수일지, 선형이라 해도 기울기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국 핵심 소비자 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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