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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 들라크루아 전시

일상

by 소소

지난번 미래에셋증권 세미나에서 받은 티켓으로 미쉘 들라크루아 전시를 보고 왔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지, 기념품샵 옆에는 표를 구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들어가서 볼 수 있는 작은 전시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들라크루아의 판화작품이 있는데, 기실, 아크릴화보다 판화가 더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근처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잠깐 들러도 괜찮을 것 같다. 이것도 화풍이라고 할지,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모지스 할머니 그림과 꽤 비슷하다.


세밀화라서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여유 있게 보지는 못했다. 게다가 꽤 신경이 거슬렸다. 품격 없는 잡담으로 키득거리는 무리들, 그림은 보지 않고 사진 찍는데 연연하는 사람들, 셔터소리, 카메라 들이대느라 동선을 방해하는 이들. 이제 공공장소는 제발 핸드폰 좀 압수하고 들여보내면 좋겠다. 나도 동기들 만나 낄낄거리면 남에게 저렇게 보일 텐데. 우아하게 나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해 보았다.


간 김에 오래간만에 테라로사 핸드드립과 피칸파이로 플렉스 했다. 하지만 아쉬웠다. 진정한 플렉스려면 나 혼자 여유로움을 만끽해야 하는데, 이 추운 평일에도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내가 이 추위를 뚫고 와서 이 비싼 돈을 주고도 겨우 이런 시장바닥 같은 분위기 속에 불편하게 있어야 하다니. 예전에도 가끔 연차를 쓴 날에 느꼈지만, 평일 낮에 삶을 즐기는 사람이 세상에는 정말 많다. 그들은 누구인가,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다. 조금 억울했다. 경제적인 여유를 포기하고 어렵게 얻은 시간이니, 나만 이 시간을 즐겨야 정말 즐거운데!


예술의 전당은 갈 때마다 느끼지만 주변이 삭막하다. 왜일까 서초 반포가 나는 이상하게 정이 안 가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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