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내 삶의 전환점이다. 퇴사를 했고 당분간 일을 할 생각이 없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틀었으나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멋들어진 포부는 없지만, 그러나 한 챕터가 끝났다는 건 느낀다.
누가 물으면 잠깐 쉬고 있다고 말을 한다. 내심 잠깐이 아닐 거라는 것을 알지만 은퇴라는 단어는 입에 담으면 안 되는 금기어 마냥 껄끄럽다. 아무 대책 없는 무직, 무위도식, 무수입. 끈이 끊어진 인형처럼, IT 분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두자마자 마음이 한순간에 식은 것이 기이할 정도이다. 한때는 그토록 집착했는데. 샌님의 뒤늦은 소심한 반항일까.
태어나서 2023년에 이르기까지 내 삶에 켜켜이 쌓인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와 주어서 고마웠어.
잘 부탁해 2024.
p.s., 하루 두 시간씩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벌써 흐트러졌다.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