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오래간만에 외식을 했다. 나간 김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마시고 마트에서 과일과 주전부리도 사 왔다. 지난달에 억누르던 지출을 새로운 달이 시작하자마자 이것저것 막 지르는 품새다. 음, 이게 습관이 되면 안 되는데.
10년 전에 친구와 함께 갔던 우거지국밥집인데, 가게 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방문했다. 이미 주인 부부는 매장에 없었고 아주머니 두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맛은 여전히 좋았다. 가격은 4천 원이 올랐고 반찬은 한 가지가 줄었지만, 그래도 메인메뉴의 품질을 타협하지 않고 유지한 드문 가게였다.
기대수명이 80대 라는데, 지금 이미 90, 100세에 이른 사람들을 보면 울컥 화가 난다. 기대 여명이 더 짧았던, 훨씬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도 저렇게 살아있는데, 누구는 너무나 정정하고 누구는 기능이 다 쇠하고도 죽지 않고 질긴 명줄을 유지하는데, 왜 누군가는 그렇게 이르게 떠나야 했을까? 그 짧은 시간이 서럽다. 얼마 남지 않은 기억 속 장소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