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전분으로 열린 집 안 실험실
쿠팡에서 감자전분 1kg짜리 두 봉지를 샀다.
호기심딱지에서 봤던 ‘전분’ 실험이 떠올랐다.
공처럼 던지면 바닥에 닿는 순간 퍼지는 그 장면.
그걸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다.
아이에게 전분 한 봉지를 꺼내주고,
스텐 바트에 담아 물을 조금씩 넣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끝으로 쥐고, 던져보고, 흩뿌려보고.
웃음이 터지고, 반응이 터졌다.
물을 더 부었다.
천천히 누르면 스르르 들어가지만
손바닥으로 ‘탁’ 내리치면 버티는 전분.
전분은 그렇게 물과 만나
단단했다가 흐르기도 하는
아이에게 처음 만나는 비밀 재료가 되었다.
손으로도, 발로도 쳐봤다.
무겁게 떨어졌다가
사르르 흘러내리는 그 묘한 느낌.
그 속에서 아이는 질문했다.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사실, 나도 설명할 수 있다.
전분은 알파포도당이 사슬처럼 연결된 구조고,
힘의 크기에 따라 고체처럼도, 액체처럼도 행동하는
비뉴턴 유체라는 걸.
하지만 나는 그걸 꾹 참고
함께 웃고, 함께 손을 담갔다.
언젠가 이 아이가 더 깊이 궁금해지면
그때 같이 이야기하면 되니까.
아이는 공처럼 뭉쳤던 전분이
바닥에서 퍼지는 걸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분물이 발밑에서 도망치듯 흘러가는 걸 따라가고,
손끝에 붙은 가루가 다시 흘러내리는 걸 지켜봤다.
그날의 아이는
전분과 물로,
관찰하고 예측하고 실험하는 중이었다.
놀이 비닐을 깔았지만
전분물은 생각보다 멀리 튀었고,
수건, 걸레, 욕조까지 총동원해야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풍경 위에
아이가 남긴 한 마디가 가장 또렷하다.
“엄마, 또 해요.”
전분 한 봉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치울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또 꺼내게 될 거라는 걸 안다.
그렇게 놀고, 웃고, 실험하고,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워간다.
책도 교구도 필요 없다.
아이의 질문과 엄마의 허용,
그리고 한 바가지의 전분이면 충분하다.
전분은 알파포도당이 직선으로 연결된 고분자 구조다.
여기에 물이 들어가며 네트워크를 만들고,
강한 힘에는 일시적으로 저항하며
‘고체처럼’ 행동하다가
작은 힘에는 ‘액체처럼’ 흐른다.
그걸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아이는 이미 손끝으로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