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 너라면? ⑤ -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
크라우스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운명을 가졌다. 주목받지 못한 인생, 별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경이로운 일이고 계획으로 충만한 것이다. 그는 크라우스를 진정한 신의 작품이며 무(無)이며 하인이다라고 말한다. 크라우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보잘것없는 것을 수행해나가기를 원한다. 누군가를 돕고, 복종하고, 시중을 드는 일뿐이다. 크라우스는 항상 자신이 세운 어떤 규율을 따르며 산다. 크라우스는 이기심도 없을뿐더러 철저한 규율에 사로잡혀 사는 인물이다.
자기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자신감을 잃게 되거나 모욕을 당하게 될 때 위태롭다. 자의식에 찬 사람들은 의식에 적대적인 무언가를 끊임없이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생도들에게 아무런 존엄성도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에 매우 유동적이고 작고 유순하고 순응을 잘한다는 것이다.
작게 존재하고 작게 머무는 것, 그 어떤 손이 , 상황이, 어떤 물결이 나를 높이 들어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곳으로 데려간다면, 난 나에게 특권을 주는 이 상황을 깨부숴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저 밑, 아무 말 없는 어둠 속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난 오직 저 밑의 영역에서만 숨을 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