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딪히다 멍이 들고

<소설> 공기에도 감정이 있다

by 소소달빛


그곳은 부부가 경영하는 회사로 종이부터 유리까지 다양한 재료로 만든 각종 용기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가족회사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면접 볼 때는 몰랐으니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일. 스무 명 내외의 작은 회사였고 마을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회사가 있다. 3층으로 된 건물로 1층은 관리부, 2층은 디자인 연구소라 이름 붙인 곳이었고 3층은 샘플실 및 창고가 있다. 그리고 건물 옆에는 컨테이너가 따로 있었는데 포장과 택배 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다. 33살의 소영은 또다시 이곳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소영은 2층의 디자인팀 소속으로 부인이 팀장으로 불리며 책임을 지고 있었다. 8년 차로 일하고 있고 소영보다 2살 어린 고 선희 과장, 고 과장 옆에는 이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김애리, 그리고 첫날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던 조선애 주임으로 소영의 옆자리에서 일했다. 그녀는 팀원 중 유일한 기혼자로 소영보다는 2살이 많았고 이 회사에서 4년 차로 일하고 있었다. 소영은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어색하고도 무안했던 그날이 기억났다.


첫 출근날, 메신저로 인사를 하자 여기저기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인사말이 튀어나왔다. 이곳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도 있었고 업무 일부를 외주로 주고 있었다.


- 몇 살이에요?


여기저기서 인사말이 오고 가다 갑자기 나이를 묻는 메시지가 뜨길래, 소영은 순간 당황했다. 누구지? 소영은 얼떨결에 나이를 말하곤 왜 묻는지를 물었다. 그는 1층의 정수연 과장으로 고 과장과는 친구 사이였다.


- 저보다 나이가 많으면 '님' 붙여서 부르고 적으면 '씨' 붙여서 부르려고요.






2층에 자리 잡은 디자인실은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일을 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방이 있는데 그곳은 팀장의 자리였다. 처음에 소영이 신기했던 점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꼭 메신저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나가는 말로 부부사장은 조용한 회사 분위기를 원했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증거를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가 어색했던 소영은 적응이 되다가도 어떨 땐 숨이 턱 막혔다. 회사는 겉으론 조용해 보였지만 메신저 안에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는 듯 했다.


1층 사무실로 내려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인사 담당 이사는 소영에게 연봉을 확인시켜 준다고 다른 직원들이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읊조리는 바람에 소영은 순간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 민감한 연봉을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해도 되는 건가. 첫날부터 소영은 불안과 후회가 밀려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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