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만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소설> 공기에도 감정이 있다

by 소소달빛


전에도 입사하곤 하루 이틀 만에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소영이 입사한 후에도 벌써 세 명이 하루 만에 그만두었다. 메신저에는 분명 그날의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소영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곳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알았는데도 그만두지 못한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 결국 그 사달이 나려고 버틴 것일까? 소영은 무엇이 그토록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소영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은 그들에게 희미해지다 사라질 그런 존재였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작은 몸짓과 눈빛으로 말투로 느낄 때마다 소영은 벗어나고 싶었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에서 소영은 어느새 폭발 직전의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


디자인팀 회의 시간 때, 왜 상세페이지 진도를 나가지 못했느냐는 팀장의 말에 소영은 소량 맞춤 일이 많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이었으니까. 칼퇴근을 지향하는 이곳에서 야근수당도 나오지 않은 이곳에서 자신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소영은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 아등바등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회사에서는 썩 예뻐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부 사장의 마음에 드는 기준은 일단 시키는 업무를 군말 없이 잘 해내는 직원이다. 이것은 어느 회사나 공통적일 것이지만 그들의 기준은 더 엄격했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화살을 마구 쏘아댔고 그것이 모든 직원들도 눈치챌 정도로 눈에 보였다. 직원 간에 편애는 기본이고 불리한 대우로 스스로 그만두게끔 만들었다. 소영이 있는 동안에는 그 대상이 김애리이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는데 회사 잡일을 도맡아 했다. 매해 인상되는 월급에서 자신만 오르지 않았고 일 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주임 직함도 받지 못했다.


문득 소영이 면접 보던 날 팀장은 물었다. "혹시 정치질 같은 건 안 하죠? 제가 가장 싫어하거든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묻는 것에 당황했었는데 정작 정치질은 팀장이 하고 있었다.


애리 씨가 그만둔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소영은 퇴근 시간에 주차장으로 같이 걸어가면서 곧 자신은 그만둘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일적으로 가장 많이 부딪혔던 정 과장의 실재 모습을 들려주면서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정 과장은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새로운 직원이 와도 나 몰라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분위기를 아주 쉽게 식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말과 함께.


소영은 조용한 회사 분위기로 보아 서로의 불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여직원 사이에서도 말다툼이 있거나 불만 사항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소영이 첫 출근날 정 과장이 대뜸 몇 살이세요를 물었을 때나 소영이 인사를 해도 무시하고 지나쳤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왠지 싸한 느낌을 받았던 소영의 촉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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