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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엔 안 나오지만 키키로 유명한, 쇼도시마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 일기


다음 날 우리는 다카마쓰 항에서 배를 타고 쇼도시마로 갔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쇼도시마는 두 가지로 유명하다. 하나는 <마녀 배달부 키키>이고, 나머지 하나는 올리브다. 그런데 사실은 쇼도시마는 일본에서 19번째로 큰 섬이고 ‘천연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생물군이 분포해 있는 섬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외국 관광객에게는 이 섬이 <마녀 배달부 키키>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어 다들 풍차를 배경으로 빗자루를 타고 사진을 찍는다. 나무 빗자루는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대여해 주는데 다들 이 빗자루 하나씩을 들고 다닌다. 풍차에 가면 다들 그 빗자루를 들고 폴짝폴짝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도 가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런데 그 <마녀 배달부 키키>를 아무리 보아도 이 섬을 찾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마녀 배달부 키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동명의 소설인데 애니메이션과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영화는 찾아보니 한국에서 관람객 수가 채 300명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오니 아마 그 영화를 본 사람을 찾는 건 꽤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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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24개의 눈동자>라는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이 섬의 관광객이 아주 많이 늘었다고 한다. 우리가 그 영화를 잘 모르는 이유는 1954년에 개봉한 아주 오래된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쇼도시마는 1989년 그리스의 밀로스 섬과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이를 기념하여 1992년 풍차를 지었고,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는 사실 그 풍차를 배경으로 나무 빗자루를 타고 사진을 찍기 위하여 이 섬에 올 것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 유명한 풍차는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 내에 있다.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올리브 재배에 성공한 올리브 농장에 인접해 있는데 쇼도시마에서 올리브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 꽤 넓고 볼거리가 풍부하고 특히 사진 포인트가 많다. 그런데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햇볕이 아주 따갑다. 우리가 갔던 때는 6월 초였는데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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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올리브 공원에 가기 위해서는 항구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특히 홍콩 등 중국계 관광객이 아주 많아 일본어보다는 광둥어가 더 많이 들린다. 그런데 이 버스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어서 특히 다시 항구로 돌아갈 때에는 굉장히 붐빈다. 게다가 섬도 꽤 커서 그 붐비는 버스를 한참이나 타고 가야 한다.


이 섬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올리브 재배에 성공한 섬답게 올리브 나무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올리브가 얼마나 많은지 그냥 동네 흔한 조경수도 올리브일 때가 많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이 섬의 기후가 지중해와 비슷한가 보다.


사실 올리브는 우리나라에서도 소량 재배하고 있고 종교적인 이유에서라도 인기가 꽤 있어 동네 화원에서도 꽤 쉽게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올리브 묘목은 사실 수입 금지 품목이라 요즘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올리브 묘목은 국내에서 번식시킨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예전에 이 올리브 묘목과 관련된 소송을 하나 한 적이 있는데, 올리브가 번식시키는 게 꽤 까다롭고 예쁘게 수형을 잡아 키우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이제는 수입도 되지 않으니 몇 년 동안 키운 올리브나무는 아주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식물 잘 키우는 사람은 꽤 괜찮은 재테크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왜 식물이 항상 죽어버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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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편의시설이 워낙 없어서 물 하나 사 먹으려면 편의점이나 슈퍼는 고사하고 자판기를 찾아 헤매야 한다. 그 와중에 식당은 더더욱 없었다. 올리브 공원에 갔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냥 문을 연 식당이 있으면 아무 데나 갔으면 했다. 사실 공원 메인 건물에는 식당이 있기는 했지만 그 높은 언덕길을 오를 체력도 아니었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보고 그냥 문 연 식당을 찾아 바다 근처에 무슨 카페에 갔는데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문을 열지 않다니 손님이 적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워라밸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데 갈 체력도 없고 해서 그냥 문 열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오픈을 해서 메뉴를 봤더니 비싸기만 하고 확 당기는 메뉴가 없었다. 그래서 기다린 것은 좀 허무했지만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젊은 남녀가 운영하는 곳으로 보이는 한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햄버거로 일단 배를 채우고 나니 그제야 주변 풍경이 들어왔다. 해변은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고 걷을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고 쓰레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그렇게 보이는 바다는 꽤 장관이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상당히 한적했다. 더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겨우 6월 초에 이렇게 더우면 본격적인 여름에는 어떨지 아찔하긴 했다.


이 해변의 이름도 무려 '올리브 비치'였다. 정말 여기저기가 죄다 올리브라 뭐랄까, 올리브 지옥 같았다.


배와 정신을 채우고 아쉬워서 올리브 공원에 다시 올라가 좀 더 구경을 했다. 이곳은 높은 언덕에 있기 때문에 멋진 바다를 조망할 수도 있는데 그만큼 참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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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로 가는 버스 시간이 될 때까지 주변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다가 줄을 서지 않아 결국 버스는 서서 타게 되었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엔젤로드를 도착했는데 꽤 많은 사람이 내렸다. 엔젤 로드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냥 인근의 벤텐섬과 이어지는 길이다. 만조 때는 사라졌다가 간조 때가 되면 육로로 연결된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에는 이런 곳이 워낙 많으니 별로 흥미가 가지 않을 장소였다.


항구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황금색 올리브관 대형 조형물이다. 제목은 <태양의 선물>이라고 한다. 250개의 황동판으로 만든 이 조형물은 가까이서 보면 동판 하나하나에 글이 조각되어 있는데 쇼도시마의 학생들의 메시지라고 한다. 쇼도시마의 관문에서 이 섬의 상징과도 같은 이 조형물은 사실 한국의 설치미술가 최정화 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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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도시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섬이다. 아쉬웠던 것은 그렇게 좋은 해변이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물놀이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워낙 더웠던 데다가 체력도 없어서 하룻만에 돌아보는데 물놀이까지 할 정신도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강쉡의 먹방일기


처음에 일본 종주 스케줄을 정할 때 가가와 현에서는 숙박도 한 곳으로만 길게 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 힐링 콘셉트로 했었다. 하지만 막상 와 보니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날씨는 더워 예상과 달리 익스트림한 여행이 되었다.


우리는 유독 물이 있는 풍경을 좋아해서 섬이나 계곡을 많이 가는데 다카마쓰 근처에 흥미로운 섬이 있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스케줄을 넣었다. 쇼도시마 섬은 세토내해에 있는 섬 중에서고 꽤 큰 편이지만 당일 페리로 여행 가기에 적당했다. 섬의 관광지마다 버스로도 갈 수 있게 잘 되어 있었다. 사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팬인 나는 <마녀배달부 키키>의 배경이라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올리브를 재배한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풍차와 화원, 아기자기한 건물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이면 으레 방문하게 된다.


공원 건물은 그리스 느낌으로 꾸미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가 그리스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그리스 느낌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어디선가 빗자루를 빌려 풍차 앞에 삼삼 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다. 우리 그중에 한 분에게 물어봐서 빗자루를 빌렸다. 그분은 친절하게도 빌리는 곳까지 안내를 해주셨는데 사실 말이 잘 안 통하니 좀 어색했다.


빗자루를 빌려서 다시 풍차까지 오는데 거리가 좀 있는 데다가 풍차 앞에서 점프를 해가며 사진을 찍으니 금세 땀이 났다. 나는 더위를 잘 타는 편은 아닌데 내가 땀이 날 정도라면 더위에 약한 오변은 이미 탈진 상태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오변은 금세 땀에 흠뻑 절여졌다.


우리는 빗자루를 돌려주고 음료를 구매했다. 올리브의 산지인 만큼 다양한 올리브 관련 굿즈를 파는데 인건비가 비싼 동네라 그런지 하나같이 비쌌다. 그중에 저렴하고 흥미를 끄는 올리브 사이다가 있어서 구매해 봤다.




쇼도시마 올리브 사이다


올리브로 사이다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일반적이 않아 좋았다. 병디자인이 요새 트렌드에 맞게 빈티지하고 귀엽다. 한 모금 마시고 웃음이 나온다. 나랑드 사이다 같이 청량한 맛에 싱그러운 올리브 향이 살짝 올라온다. 느끼려고 마음먹어야 느껴지는 정도의 올리브 향과 맛인데, 사이다에서 나는 올리브 맛의 조합에 웃음이 난다. 물론 양이 작아 우리의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줄 수 없었고 금세 자판기를 찾아갔다. 일본은 자판기가 많아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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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언덕에서 해변으로 내려왔다. 올리브 공원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해변의 풍경도 참 좋다. 해변 앞에 경치 좋은 곳에 햄버거를 파는 곳이 있어 방문했다.



SUP Resortclub |


서핑 강습을 하는 곳 같았는데 식당도 겸업으로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오늘 첫 손님인 듯했다. 덥고 지친 우리는 더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미심쩍지만 주문을 하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풍경을 보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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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버거


섬은 대개 내륙 보다 가격이 비싸다. 여기는 특히 배로만 오갈 수 있어서 비싼 가격을 이해가 가긴 했다. 30분의 조리시간을 거쳐 슬로 푸드로 나왔다. 크기는 작았지만 양파가 감칠맛 있게 갈색으로 볶아 바로 구운 패티와 베이컨, 치즈, 양배추의 근본 조합으로 맛이 좋았다. 감튀는 여유 있게 줬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일본은 감튀와 케첩을 같이 먹지 않는다(케첩도 안 주냐고 툴툴거리던 1인). 더위와 허기짐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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