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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이혼 좀 합시다,
에히메 마쓰야마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마쓰야마라는 지명은 솔직히 익숙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에히메 현이 좀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의 관광 포인트는 도고 온천, 도미, 귤, 그리고 일본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이다.


나도 대학생 때 <마음>, <행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같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은 거의 다 읽었는데 솔직히 내용이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 지폐의 모델이었던 것 같은데 여러 종의 지폐를 보아도 다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싶었는데 나쓰메 소세키는 1,000엔짜리 지폐의 모델이었다가 2004년 이후 세균학자인 기타자도 시바사부로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웬만해서는 잘 안 바뀌는 일본인데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참 잘 바뀌는 것 같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현대문학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09년에는 조선을 만주와 조선을 여행하고 여행기를 쓰기도 했다. 우리말에도 나쓰메 소세키의 영향이 남아 있는데, 가령 '낭만(浪漫)'이라는 말은 나쓰메 소세키가 로망(romance)을 한자로 옮겨 적은 것이다. 일본어로는 '로만'이라고 읽는다.


에히메를 배경으로 한 작품 중 요즘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만한 것은 나쓰메 소세키 보다는 <해변의 카프카>라던가, <스즈메의 문단속> 정도가 아닐까 싶고, 내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혼 좀 합시다>가 재미있었다. <이혼 좀 합시다>는 한국에는 좀 늦게 나왔지만 나는 일본 여행 중에 봤는데 갔던 곳이 종종 나와서 흥미로웠다.


드라마 <이혼 좀 합시다>는 한국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던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공개된 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는데 상당히 일본적인 스토리다. 남자 주인공인 남편 타이시는 세습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 직을 세습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도 가업인지 세습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주인공인 아내 유이는 에히메를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에서 무녀 역할을 하여 국회의원인 남편보다 훨씬 유명하다. 이 드라마는 일본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보여주고 있어서 아주 흥미롭다. 다만 정치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반감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일본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인 해피엔딩+교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다.


640.jpg?type=w800 <이혼 좀 합시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에히메와 마쓰야마가 무슨 시골동네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나 에히메 현의 인구는 120만 명 정도이고 이 중 마쓰야마에는 50만 명 정도가 산다. 상당히 큰 도시여서 사람도 많고 관광객도 아주 많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어김없이 ‘도고온천’을 찾는다. 도고 온천은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일본 여행을 하면 지긋지긋하게 듣는 ‘일본 3대’ 고천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래도 단순히 홍보문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 신화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온천이다. 595년 우리에게도 익숙한 쇼토쿠 태자가 방문했다는 기록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 아산에 있는 ‘도고 온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도고 온천은 역시나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도 나오고,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장편소설이라는 주장도 있는 <겐지 모노가타리>에도 등장한다. 일본의 웬만한 온천은 모두 배경이 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기름집의 모델 중 하나라고도한다.


우리는 그 유명한 도고온천의 본관에서 온천을 해 보기로 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안타깝게도 공사 중이었으나 입욕은 할 수 있었다. 예약을 받기는 하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일본 중요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도고온천 본관은 일본의 동네 온천 중에서도 아주 좁은 편이다. 탕은 한 서너 명 들어가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사람이 워낙 많아 적어도 십 수 명이 들어가 있다. 재수 없으면 탕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벗은 채로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다. 탈의실의 시설은 쇼와 시대 분위기이고, 탕은 메이지 시대 분위기다. 그래도 문화재니까 시설은 그냥 체험 삼아 괜찮은데, 천질이 다른 일본의 좋은 온천에 비해 특별히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단순온천으로 원천 원도는 42~51도이며 지열 유래의 비화산형 온천이라고 한다.


1531B557-4C12-4653-8170-5ABCEB7E5E28_1_102_a.jpeg 도고온천 본관 입구. 줄을 서 있을 때 찍느라 사진 상태가 안 좋다


사실 도고온천보다는 도고 온천을 가는 상점가가 더 흥미롭다. 유명 온천 마을에는 항상 상점가가 있지만 이곳은 다른 온천마을과 달리 큰 도시에 있기 때문인지 상점가의 규모가 상당하다. 온천 관련 상품과 기념품, 이 지역의 특산물 등을 쇼핑할 수 있는데, 특히 꽤 큰 리락쿠마 상점이 있어서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을 판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31088257-21FB-404C-A10E-C8AC5609098E_1_201_a.jpeg 도고온천 본관 맞은편 신사 가는 계단. 무릎이 좋지 않아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상점가에는 무료로 족탕이나 수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중간에 휴식하기에도 좋았다.


이 온천 상점가는 노면전차로도 갈 수 있는데 노면전차 중 일부는 ‘도련님 열차’라는 관광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예전 증기기관차로 꾸민 열차인데 종점인 도고온천 역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일종의 팬 서비스가 있다. 그런데 다른 트램과 달리 요금이 꽤 비싸서 굳이 타지는 않았다.


255029B7-4B80-4811-B6BA-9AB28DED5362_1_105_c.jpeg 도련님 열차. 사실은 트램이다.


상점가 입구에서는 매 시각마다 시계탑이 변신을 하면서 작은 목각인형들이 소설 <도련님>의 이야기를 재현하는데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관광객들이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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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간 것은 아니지만 에히메 현청을 지나갔다. 이곳은 에히메현에서 몇 되지 않은 서양식 건물로 굉장히 식민지 시대 건물처럼 생겼으나 1964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8F02D69D-8CB3-4B4D-B610-F6651539532A_1_102_a.jpeg 식민지 시대가 연상되지만 1960년대 건물인 에히메 현청


마쓰야마는 사실 도고 온천 때문에 기대가 많았으나 정작 도고온천이 워낙 유명무실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온천보다는 온천 주변 상점가를 둘러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온천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오히려 노면전차를 타면서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소설을 떠올리며 동네를 한가롭게 거닐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동네다.



강쉡의 먹방일기


마쓰야마의 첫인상은 조용한 소도시 느낌이었다. 역 주변으로 노면전차가 다니며 멀리 공원과 성이 보이는 조용한 마을 같았다.


유명한 도고온천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 호텔에 짐을 맡기고 노면전차를 탔다. 도고온천역에서 내리니 전혀 다른 풍경이다. 마쓰야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무대로 유명하다고 한다. 읽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처럼 유명한 일본 현대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을 모티프로 한 봇짱열차가 광장에 도착했다. 소설을 모르더라도 성냥갑 같은 형태의 목조 열차는 흥미롭다.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노면전차 역 바로 옆 광장에는 봇짱 시계탑과 족욕탕이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놀이공원 같은 느낌을 낸다. 이 시계는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면서 인형극을 하는데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튀어나오면서 하는 공연은 꽤 길고 재미있다.


간바테 헤와도리 점(がんば亭 平和通店) |


도고온천으로 가는 길에 출출하여 우동집으로 들어갔다. 다카마쓰 옆동네라 그런지 역시 우동 전문점이 많은데 착한 가격에 퀄리티도 좋았다. 가격이 저렴래 카레 우동과 야마붓가케 우동을 시켰다.


야마붓가케 우동

야마가 산이라는 이름이라 어떤 우동이 나올 지 궁금했는데 차가운 냉우동에 곱게 간 참마가 올라와 있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마가 우동면에 엉겨 후루룩 들어간다. 진한 쯔유가 마의 담백한 맛을 살려준다. 다만 마의 식감이 꿀렁꿀렁해서 호불호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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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우동


카레우동은 우리가 아는 카레 맛에 우동이 곁들여져 있는데 따끈한 카레가 탱글한 우동면과 잘 어울린다. 카레도 녹진 하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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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갔을 때 도고 온천은 공사 중이었다. 공사 중이었는데 온천은 가능하다 해서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입욕할 수 있는 타임테이블이 있어서 관광하다 맞춰서 와도 된다. 들어가면 온천탕이 한 개 있는데 물이 엄청나게 뜨겁다. 생각보다 소박한 온천탕에 사람들이 많다. 역사적 장소에서 체험을 하는데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사 중이어서 휴게 시설 등 고건물을 좀 더 자세히 못 본 것이 아쉬웠다. 뜨거워서 오래는 있지 못했지만 맨질맨질한 온천물은 좋았다.


기다린 시간이 아쉬워서 오래 담갔다가 열이 올라 주변에서 한참이나 쉬었다. 시장거리에 화려한 바닥 디자인이 있는 별관이 따로 있는데 이곳이 온천하기에는 더 나을 듯하다.


상점가에는 아이스크림 가게, 맥주가게, 다양한 기념품 가게가 있어 보는 눈이 즐겁다. 그중 온천 느낌으로 꾸며놓은 리락쿠마 상점이 눈에 띈다. 기념 촬영 하기도 좋고 다양한 한정판 굿즈도 판매하고 있어서 우리도 구경하다 홀랑 넘어갔다. 거리 자체가 축제분위기로 꾸며 놓아 돌아다니기만 해도 재밌다.


B80C0009-4E72-4223-B52D-65A61A2D51D8_1_102_a.jpeg 리락쿠마 상점 앞


寿浬庵 アパホテル店 |


후라이 모둠 도시락


우리가 묵고 있던 APA 호텔 1층에 있던 식당인데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어 이용해 보았다. 주문 시 바로 만들어 줘서 바삭한 튀김을 즐길 수 있다. 연근 볶음, 배추절임, 유부조림 등 맛깔스러운 다양한 종류의 반찬에 양도 푸짐해 한 개만 구매해도 나눠먹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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