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Aug 25. 2020

이러한 경우에도 고소가 되나요?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

변호사님,  A가 ***라고 하면서 저를 고소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고소가 되나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녹색창에서 검색하면 아주 많이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답하기 참 곤란한 질문이다. 질문자가 궁금한 것은 '고소가 되느냐'가 아니라 '범죄가 성립하느냐'일 것이다. 그런데 일단 '고소가 되나요?'라고 질문을 하였으니, 그게 맞게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소가 되는가'라는 질문은 고소를 하기 전에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A가 고소를 하였고 질문자가 고소를 당한 이상,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애매한 것이다.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주문해 먹으면서 '여기서도 김밥을 파나요?'라고 질문하면, 당연히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밥을 주문해서 먹고 있는 사람이 김밥을 파냐고 묻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고소를 당한 사람이 고소가 되냐고 묻는 것도 굉장히 이상하다.


다른 경우도 있다.


A와 ***한 일이 있었는데 A가 저를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고소가 되나요?


A가 저에게 ***하였는데, 고소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고소가 되나요?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어떠한 행위가 범죄인지 아닌지, 또 고소인이 피해자인지 아닌지는 대개 조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다. 결국 위 법률조항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고소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실제의 사실관계나 어떠한 행위에 위법한 지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은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는 곧 '누구나 고소할 수 있다'라는 말과 같다.


다만, 형사소송법에서는 일정한 경우에는 고소의 제한을 두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224조에서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규정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본인의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는 고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명백하게 피해자가 아닌 경우라면 고소를 할 수 없다. 가령 A가 가해자이고, B가 피해자인데, 이를 알고 있는 C가 고소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고소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고소권이 없다고 해도 '고발'이나 '신고'는 할 수 있고, '진정'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보통의 일반인이 고소, 고발, 신고, 진정을 나누어 생각하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소가 되나요?'라는 질문은 사실 '고소, 고발, 신고 또는 진정이 되나요?'와 같은 질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고소는 우편으로도 할 수 있고, 사실 말로도 할 수 있다. 문서의 제목이 '고소장'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내용이 '고발'이라면 고소가 아니라 고발을 한 것이다.  '고소권자가 아니면 고소를 할 수 없다'라는 말은 맞긴 하나, 고소권자가 아니라도 고소장을 '접수는'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고소'로서의 효력은 없지만 '고발'로서의 효력은 있을 것이다.


유사한 질문으로 '이러이러한 경우 신고가 되나요?'라는 질문이 있다. 신고를 하는 매우 간단한 방법이 있다. 112로 전화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이러한 경우 신고가 되나요?'라는 질문은 곧, '이러이러한 경우 전화가 되나요?'라는 질문과 같은 것이다.


질문자는 아마 '이러한 것도 죄가 되나요?'라던가, '처벌을 받나요?'라고 질문해야 할 의도였겠지만, 대답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고소가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네'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참고로, 상대방을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을 비롯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하거나, 고소, 고발하는 경우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https://mylaw.kr


매거진의 이전글 홍길동을 변호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