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장이 어려운가 보다. 하긴 나도 어렵다.
내가 포털에서 주로 검색하는 것이 법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변호사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다가 일반인이 거짓인지 알아챌 수도 없고, 포털에서 거르기도 힘든 거짓 광고들을 보면 같은 변호사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부터 포털에 '조정협의이혼 대행'이라는 문구의 광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조정협의이혼'이라는 제도가 없다. 없는 것을 어떻게 대행을 할까.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 조정이면 조정이고, 협의면 협의지, '조정협의'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1. 협의이혼
2. 이혼조정
3. 이혼소송
그 외에 소송 중에 '화해권고 결정'이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으로 이혼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송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혼 소송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체 '조정협의이혼'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이혼조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혼조정에는 '대행'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데, 이를 '대행'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변호사와 '대행'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협의이혼은 변호사가 대리할 수 없다.
협의이혼을 위해서는 양쪽 당사자가 직접 법원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확인 기일에도 양쪽 당사자가 모두 출석해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혼 신고만 예외적으로 한쪽 당사자가 다른 쪽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지고 대신할 수 있지만, 대개는 같이 가서 접수를 하고 온다.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위 광고는 이혼조정을 '대리'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양쪽 당사자가 이미 합의를 하였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변호사에게 이혼 조정신청을 대리해 달라고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며, 조정기일에 한쪽이라도 생각이 바뀌면 오히려 시간만 더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는 있다.
가령 양당사자가 모두 변호사 A를 찾아가 이혼 조정을 위임하였는데, 변호사 A가 양 당사자를 모두 대리하는 것은 쌍방대리금지 원칙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쪽은 변호사 A가 대리하고, 다른 한쪽은 A가 아는 변호사 B에게 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나, 이는 실질적으로는 쌍방대리이기 때문에 변호사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되었으면 협의이혼을 하면 되는 것이고, 협의가 되지 않았는데 조정기일에 출석해서 겨우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했다고 갑자기 협의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차피 소송으로 가야 한다.
숙려기간 제도가 도입되어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 이후 정해진 협의이혼의사 확인 기일에 양 당사자가 모두 출석하여 판사로부터 이혼 의사에 관하여 확인을 받은 다음 이혼신고까지 마쳐야 협의이혼이 된다.
이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이혼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론적으로는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제로는 기간 단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협의이혼보다 이혼조정이 더 빨리 끝나는 때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내가 했던 사건 중에서도 이혼조정으로 접수한 지 2주 안에 끝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이혼조정이 협의이혼보다 더 빨리 끝날 수 있는 경우는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고, 양당사자가 모두 신청인이 되는 때 정도에 한해서만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쪽 당사자만 조정을 신청하면 상대방에게 송달되는 데만 짧으면 몇 주, 길면 2~3달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어서 기간 단축의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법원과 판사마다 서로 다르겠지만, 요즘 자녀양육 안내 교육을 받지 않으면 기일을 지정하지 않을 때도 많고, 숙려기간을 우회한다는 비판이 많아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에는 3개월 이후로 기일을 지정하는 때도 많다.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경우라도 어차피 법원 사정 상 한 달 내에 조정기일이 지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쌍방대리금지 원칙으로 한 변호사 한 명이 양쪽 모두를 대리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결국 불법적으로 다른 변호사를 소개하여 조정신청을 대신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한쪽이 나중에 '나는 이 변호사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적이 없다'면서 대리행위 자체를 부인해버릴 수도 있고, 이 경우 이혼이 무효로 될 수도 있다.
당사자가 출석하는 것이 곤란하여 이혼조정으로 신청하는 때도 있는데, 가사사건은 조정기일에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도 많으나, 판사에 따라 가사소송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당사자가 직접 출석할 때에만 조정을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이혼조정이 효과적일 때는, 대부분의 사항은 협의가 다 되었는데, 아주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만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이거나,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는데, 협의이혼과 같이 2~3일씩까지는 시간을 내기가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이다. 그 외에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 협의가 어렵다면 처음부터 소송으로 하는 것이 낫다. 소송 과정에도 필수적으로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소송 중간에 조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 사이의 이혼이 아니라면, 가장 빨리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이다. 협의이혼을 제외한 나머지 제도들은 모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제도이다. 당사자 사이에 의사가 일치하여 이를 확인하는 과정보다, 일치하지 않아 판단을 하거나 조정을 하는 과정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데, 일부에서 협의이혼보다 이혼조정이나 소송을 권하는 이유는, 협의이혼 절차에서는 변호사 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리가 불가능하면 보수를 받을 수 없고, 기껏해야 상담비나 자문료 정도만 받을 수 있을 수 있다.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굳이 권할 필요도 없고, 광고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물론 협의이혼을 권하지 않는 경우가 모두 돈 때문인 것은 아니다. 협의이혼은 신청, 의사 확인 기일에 모두 당사자들이 직접 출석해야 하고, 이혼 신고도 위임장이 없다면 당사자들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중에 당사자 중 어느 하나가 마음이 바뀌면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 된다. 의사 확인 절차까지 마쳤어도 이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혼이 되지 않는다.
또한 협의이혼에서는 양육비 부담 조서만 집행력이 있다. 즉,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준소비대차계약을 공증하는 식으로 편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단순히 각서를 썼다고 하여 여기에 집행력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즉, 위자료나 재산분할 협의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지키지 않으면 바로 강제집행이 어려워 추가로 소송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어차피 상대방의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협의이혼보다 이혼 소송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이혼 소송을 하기 전에 조정신청을 먼저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때가 많다. 왜냐하면 가사소송법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혼조정을 먼저 신청하는 것이 시간만 소요될 뿐, 별로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조정 기일 한 번에 합의가 될 것 같은 상황이라면, 대개는 협의이혼을 하기 때문이다.
조정기일에 합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어차피 소제 기를 해야 한다. 차라리 소송을 한 후 쌍방에 어느 정도 공방을 하고, 서로의 재산 내역이 어느 정도 파악된 후에 조정을 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변호사님, 저는 돈도 필요 없고 이혼만 빨리 하고 싶어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다 포기한다고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면, 위자료도 받아야겠고, 재산분할도 해야겠다고 하는 분이 대부분이다.
이 상황이라면, 위자료 사유도 다퉈야 하고, 재산분할을 위해 상대방 재산내역도 알아야 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말 빠른 이혼이 목적이라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말고 이혼만 청구하면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대방이 반소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즉, 이혼의 원인도 모두 상대방에게 있고, 재산도 모두 상대방에게 있는데, 이를 다 포기하고 이혼만 청구한다면, 상대방도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송이 빨리 종결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로, 위자료도 상대방이 달라는대로 주고, 재산분할도 상대방이 달라는대로 주면 빨리 이혼할 수 있다.
우선 이혼만 청구하고, 이후에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 번에 할 수 있는 것을 변호사 비용만 두 배로 들이면서까지 소송을 두 번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편법보다는 정석대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다.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되었으면 협의이혼을 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을 하면 된다.
결혼이 생기면서부터 이혼도 생겼다. 이혼의 역사는 결혼만큼이나 길고, 그만큼 제도가 정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편법이 먹히는 경우는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