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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vs 일본어

저는 중국어와 일본어를 둘 다 공부했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어는 전공으로 했으니까 훨씬 낫지만 요즘 많이 까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는 예전에 공부하다가 그만뒀다가 작년에 다시 시작했는데 틈틈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글은 중국어에 조금 더 편향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중국어보다 일본어가 훨씬 어렵습니다.


저는 중국어가 훨씬 쉽습니다. 우선 중국어는 문법이 간단하고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한 글자는 대부분 하나의 발음을 합니다. 이에 반해 일본어는 활용이 많고 쓰는 것과 읽는 것이 다릅니다. 같은 글자를 놓고 경우에 따라 다르게 읽습니다.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일본어가 더 쉽다고 하는 사람은 일본어를 별로 깊게 공부하지 않았거나, 일본어만 공부해 본 사람입니다.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반대로 한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라고 하면 일본사람처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언제 수동형을 쓰는 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말을 하면 그냥 말을 한다고 하면 되지, 말해 진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사역형이면 사역형이고, 수동형이면 수동형이지 사역수동형은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해석은 할 수 있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일본어로 하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수동형이나 사역수동형의 문장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고수가 되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고사성어나 의성어, 의태어, 외래어가 나올 때 어렵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사용하는 외래어는 중한사전에는 잘 안 나올 때도 많습니다. 또 문어체가 좀 난해합니다. 저처럼 전공으로 해서 어쩔 수 없이 고전을 얄팍하게나마 강제로 공부했다면 조금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서에 쓰는 말과 실제 사용하는 말의 괴리감이 매우 심한 언어입니다.


중국어의 가장 큰 단점은 외국인으로서 배운 보통화가 실제 생활에서는 잘 안 쓰인다는 것입니다. 대만은 조금 나은 편인데 대륙에서는 사람들이 평소에 보통화를 안 쓸 때가 많습니다. 외국인에게는 보통화로 말해 주긴 하지만, 상하이만 해도 동네 식당 주인이 하는 말은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억양만 다른 게 아니라 아예 문법과 어휘가 너무 달라 그냥 다른 언어일 때도 있습니다.



외국어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같이 공부하면 생기는 현상


제가 예전에 학원에서 일본어를 처음 배웠을 때, 선생님이 발음이 이상하다고 지적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椅子'라는 단어를 자꾸 [이즈]라고 발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어로는 [이쓰]지만 중국어로는 [이즈]거든요. 저는 아직도 의식하지 않으면 [이즈]라고 발음합니다.


또 중국어 사용자는 '謝る'라는 단어를 보면 본능적으로 [씨에루]라고 읽을 겁니다. 저 글자를 보고 어떻게 [아야마루]라는 발음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한자는 중국어로, 가나만 일본어로 읽는 현상이 생깁니다. 외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위 아야마루라는 단어를 외울 때에는 '씨에 뒤에 루가 붙으면 아야마루라고 읽는다'라고 외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뜻은 '감사하다'가 아니라 '사과하다'라고 외워야 합니다. [씨에]라는 글자는 사실 물건을 두 손으로 공손히 주는 모습이니까 '감사하다'와 '사과하다'가 전혀 다른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만, 그래도 헛갈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언어를 배우는 게 나을까


인터넷에 보면 일본어와 중국어 중 어떤 언어를 배우는 게 나을지를 묻는 질문이 종종 보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고민입니다. 그냥 필요한 것을 배우면 됩니다. 경제적인 논리나 전망을 가지고 언어를 배우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중국이 전망이 좋다고 해서 중국어를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국제거래는 영어로 합니다. 중요한 소통이 필요하면 전문통역사를 부릅니다.


영화 <컨택트>에도 나오지만,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문법과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이해하고 싶고 알고 싶은 나라의 언어를 배우면 됩니다. 중국이 전망이 좋으니 중국어를 배우라는 것은 그저 중국어 학원의 광고에 불과합니다. 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언어는 써먹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중국어로는 주로 대만의 영화와 드라마를, 일본어로는 애니메이션을 소비합니다. 대륙 컨텐츠는 안타깝게도 제 취향과 멀어서 잘 안 봅니다. 그래서 저는 간체보다는 번체가 더 익숙합니다.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은 외국어 공부도 어렵습니다


영어와 중국어에는 없지만 한국어와 일본어에만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반말'입니다. 가끔 한국어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영어와 중국어를 반말로 해석하지만, 한국어에서도 반말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영어나 중국어는 존댓말이 없는 게 아니라 반말 표현이 없는 것이 맞습니다.


영어나 중국어를 반말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한국어 역시 반말을 기본으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너무 어렸을 때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유치원에 다닌다고 영어를 잘 하거나 외국인과 자유롭게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한국어 문장을 접하지 못해, 가령 한국어의 피동, 사동 접미사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모국어냐 외국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문화가 비슷한 언어가 배우기가 쉽습니다


외국어 공부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영어 때문입니다. 영어는 어렵습니다. 영어 사용자의 사고체계는 한국어 사용자와 너무 다릅니다. 게다가 어휘도 한국어와 많이 다릅니다.


이에 비하여 일본어와 중국어는 다른 외국어에 비해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쉽습니다. 영어 학습에 실패한 사람들이 다른 언어도 영어처럼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령 중국어를 학습해 보면 생각보다 적은 시간을 공부해도 웬만한 표현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특히 중국어는 단어의 발음이 한국어와 비슷하고 또 좀 익숙해지면 한국어 한자어와 규칙성이 있기 때문에 단어 암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실제 사용하는 한자도 생각보다는 적고요.


그러니 여러 개의 외국어를 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차라리 중국어나 일본어를 먼저 공부하고 나서 다른 언어에 도전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사실 최근에 태국어를 공부해 볼까 해서 책을 열었다가 글자에서 막히긴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어와 중국어 중에 어떤 것을 공부할지가 고민된다면 그냥 둘 다 공부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요. 그런데 동시에 공부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정말 헛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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